8ㆍ25 남북 고위급 합의를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합의문에 비무장지대 지뢰도발에 대한 북한의 시인ㆍ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이 명시적으로 표현돼 있지 않아서 벌어지는 논란이다. 특히‘2+2 고위급 접촉’북측 수석대표인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 조선중앙TV에 직접 나와 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근거 없는 사건”운운하며 지뢰도발 자체를 부인하고 나선 게 논란을 한층 증폭시켰다.
황병서의 조선중앙TV 언급에 대해 통일부 대변인은 26일 “합의문에 나와 있는 것이 정답이다. 앞으로 북한이 이 합의사항을 잘 이행하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북측 대내용으로 치부하고 구구하게 언급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 같은 통일부의 자세가 옳다고 본다. 북측의 사과 표명이 미흡한 것은 사실이나 지금은 어렵게 잡은 대화 분위기를 살려나가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 정부의 바람대로 당국회담이 정례화ㆍ체계화하면 북측의 도발 등 일탈을 더욱 강력하게 억제하며 변화를 이끌어 낼 수도 있다.
다수 국민들의 생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남북 합의문 타결 직후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0.9%가 합의에 대해 “잘했다”고 평가했다. 잘못했다는 응답은 16%에 그쳤다. 또 응답자 70.6%는 북측 유감표명에 불만을 나타냈지만 72.1%가 유감 표명을 사과로 받아들인다고 답했다. 불만족스럽기는 하나 사과로 받아들이고 합의 결과를 긍정평가 한다는 흐름이 뚜렷하다.
정부는 이 같은 국민다수 여론을 바탕으로 자신 있게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길 바란다. 당국간 회담 정례화와 함께 민간교류 협력이 늘어나면 박근혜 정부가 출범 초부터 내걸었던 한반도신뢰프로세스나 유라시아이니셔티브 등 대북구상을 비로소 본격 실천에 옮길 수 있게 된다. 다만 협상 성과를 지나치게 자화자찬하고 자기도취에 빠져 오버하는 것은 각별히 경계할 일이다. 익히 경험해 왔듯 김정은 체제는 매우 까다로운 상대이다. 언제든 태도를 180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방심은 금물이다.
다행히 협상 타결 이후 북측의 기류도 나쁘지 않다. 앞서 언급한 황병서의 대내용 발표가 다소 걸리지만 남북 회담 결과를 수석대표가 전 주민이 시청하는 조선중앙TV에 나와 직접 설명한 것은 북한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이 자체가 북한 내부 변화의 하나일 수 있다. 타결 이후 북한 언론매체에서 극렬한 대남 비방도 사라졌다. 남측을 많이 의식한다는 얘기다. 이번에야말로 잘만 이끌어가면 남북관계 개선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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