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가 휴대폰 통화를 하느라 빨간불 신호등을 못 본 채 횡단보도를 건너다 사고를 당했다면 100% 본인 책임이란 법원 판단이 나왔다. 통상 횡단보도 사고는 운전자에게 부주의 책임을 일부 인정해왔으나, 휴대폰 통화 사고의 경우 보행자의 책임만 인정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부(부장 오성우)는 교통사고를 당한 최모(57)씨의 치료비를 부담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운전자 조모씨 등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비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봉고차 운전자 조씨는 2013년 7월 서울 을지로3가에서 차량진행 신호대로 주행하다 갑자기 횡단보도에서 튀어나온 최씨를 들이받았다. 최씨는 보행신호가 빨간불이었는데도 반대차선에서 정차 중인 차량 뒤쪽에서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며 불쑥 걸어 나왔다.
조씨는 9m의 스키드마크(차량 바퀴자국)가 생길 만큼 급제동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사고로 두개골 골절 등 중상을 입은 최씨는 당시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느라 무심코 길을 건너다 변을 당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최씨의 8개월 간 치료비 4,300만원을 부담한 건강보험공단은 운전자 조씨가 전방주의와 보행자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냈다. 그러나 1ㆍ2심은 조씨에게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운전자는 횡단보도 신호가 빨간불인 상태에서 보행자가 반대차선에서 건너오지 않을 것이라 신뢰하는 게 당연하고, 그게 아닐 상황까지 예상해 주의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조씨가 과속하지 않은 점, 급제동 조치를 취한 점으로 미뤄 운전자의 의무를 저버렸다고도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