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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사태 두 달… 대안 찾는 문예지들 "한국 문학 시효 다한 몸체 대신 새로운 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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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사태 두 달… 대안 찾는 문예지들 "한국 문학 시효 다한 몸체 대신 새로운 몸 필요"

입력
2015.08.2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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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웹툰 키워내는 것도 문학 소임"

크라우드 펀딩·스타트업 출판 거론

창비의 무성의한 태도 비판 목소리도

소설가 신경숙 표절 사태 이후 두 달 만인 26일 4개 문예지들이 공동으로 주최한 토론회 ‘한국문학, 침묵의 카르텔을 넘어서’에서 참가자들이 어떻게 문학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문학 생산 시스템을 만들 것인가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소설가 신경숙 표절 사태 이후 두 달 만인 26일 4개 문예지들이 공동으로 주최한 토론회 ‘한국문학, 침묵의 카르텔을 넘어서’에서 참가자들이 어떻게 문학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문학 생산 시스템을 만들 것인가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지금 문학 담론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문학생산 시스템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은 정말 낮습니다. 새로운 구조를 만들고 새로운 주체를 키우지 못한다면 한국 문학은 지금보다 더 큰 파국을 맞게 될 것입니다.” (임태훈 문학평론가)

26일 서울 종로구 책읽는사회문화재단에서 열린 토론회 ‘한국 문학, 침묵의 카르텔을 넘어서’에서는 한국문학 구조의 새로운 틀을 모색하는 목소리가 뜨거웠다. 6월 소설가 신경숙씨 표절 논란 이후 두 달여 만에 논의의 초점은 문학 생산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는 요구로 옮아갔다. ‘리얼리스트’ ‘실천문학’ ‘오늘의 문예비평’ ‘황해문화’ 문예지 네 곳이 공동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신경숙 사태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지목돼 온 문예지 가을호 발간 시기에 맞춰 열렸다.

문예지가 내놓은 반응은 문학계 현실이 별반 달라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발표를 맡은 ‘21세기문학’ 편집위원 소영현 문학평론가는 며칠 전 발간된 계간 ‘창작과비평’ 가을호 비판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권두언과 외부 토론회 발제문 등으로 관련 사태를 다룬 창비에 대해 “외부의 글을 창비의 입장인 것처럼 실은 건 대체 어떤 태도인지 묻고 싶다”며 “더 정제된 입장을 기다리던 사람으로서 착잡함을 금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문학과 표절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표절이 숱하게 일어나고 있음에도 대중이 문학의 표절에 유독 예민하게 반응한 이유는 문학이 저항의 거점, 자유의 수호자라는 인식이 여전하기 때문”이라며 “이번 사태를 통해 한국문학은 문예운동의 선봉이라는 향수와 완전히 결별했으며 이러한 변화를 퇴행이나 타락으로 단정 짓고 슬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말과활’ 편집위원인 임태훈 문학평론가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한국 문학장에 “새로운 몸”이 필요하다며 웹툰과 게임을 예로 들었다. 그는 “시효가 다한 몸체(대학, 문단, 출판시스템)를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써본들 자본의 가속도를 감당할 수 없다”며 “게임, 웹툰 등을 키워내는 일에 문학이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 또한 문학의 소임으로 소중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종이책, 이북은 물론이고 디지털 기반의 다양한 장치와 네트워크에서 문학하기”를 통해 문학의 장을 확장해야 한다며 “크라우드 펀딩, 뉴스 펀딩, 스타트업 방식으로 제작되는 출판물들”을 기존 출판 생태계를 허물 수 있는 대안으로 보았다.

박일환 시인과 이강진 문학평론가는 새로운 문학장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이들은 낙관하지 않았다. 대안으로 꼽히는 크라우드 펀딩이 과거 비판 받던 시장주의, 대중영합주의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 자본주의 세계 안에서 출판사들이 공공적 성격을 유지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임태훈 평론가는 문단권력을 해체하고 문학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선 디지털 기술에 눈뜨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해설 쓰고 특집 기획하는 것밖에 모르는 계간지 편집위원들에겐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며 “지금 중요한 것은 창비나 문학동네가 얼마나 사과했느냐보다는, 대안적 문학 생산 주체들이 출현하고 이들이 자리잡을 장이 풍성하게 마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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