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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그룹, 사외이사 제도 방패막이로 이용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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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그룹, 사외이사 제도 방패막이로 이용하나?

입력
2015.08.2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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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아연 온산공장 전경. 고려아연홈페이지 캡쳐

영풍그룹이 사외이사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6일 CEO스코어에 따르면 30대 그룹 중 영풍그룹은이 관료 출신 사외이사가 가장 많다. 그룹에 있는 총 13명의 사외이사 중 69.2%인 9명이 관료 출신이다. 사외이사 제도는 기업의 건전성을 이어나가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평소에는 자기 직업에 종사하다 분기에 1회 정도 열리는 이사회에 참석해 기업 경영활동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사외이사를 '로비통로'나 '바람막이' 등으로 운용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환경부 출신 사외이사

영풍그룹이 사외 이사를 '바람막이용'으로 이용한다는 것은 주력 회사인 고려아연에서 두드러진다. 고려아연은 2014년 순이익이 5,013억에 이르는 업계 1위이자 알짜 기업이다.

고려아연에는 5명의 사외이사가 있고 이들은 특이하게도 모두 등기이사이자 사회이사다. 이들의 출신은 고려아연의 사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보인다. 5명의 사외 이사 중 이규용씨는 환경부 장관을 역임했고 주봉현씨도 환경부 중앙환경분쟁 조정위원장(1급) 출신이다. 고려아연 등 금속제련 업은 중금속 등 환경오염 가능성이 높은 업종이다. 환경단체와 마찰이 잦을 수 밖에 없다. 당연히 환경부에 힘을 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고려아연의 또 다른 사외이사 한 명은 '기업 경찰'이라고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김경배씨다. 김경배씨는 공정위의 '넘버 2'인 부위원장으로 옷을 벗었다. 검찰총장 바로 아래 급인 최교일 전직 검사장도 사외이사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영풍그룹은 최근 5년간 '무풍지대' 였다. 2014년 CEO스코어에 따르면 영풍그룹은 2011~2013년까지 3년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제를 받지 않았다. 당연히 과태료 처분도 받지 않았다.

고려아연의 사외이사진에는 김종순 전 역삼세무서장도 있다. 결과적으로 학계나 경영인 출신 사외 이사는 고려아연에 단 한 명도 없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 경제매체인 '포춘'이 선정한 글로벌 100대 기업의 사외이사의 과반수가 경영인(74%)인 것과는 크게 다른 셈이다.

▲'만사 OK' 사외이사

대기업들의 변형적인 사외이사 운용은 사외이사 제도에 대한 무용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의견을 내지 못하는 '거수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의 이사회 결과를 보면 혀를 차게 한다. 고려아연의 사외이사들은 2014년 총 23개의 안건에 대해서 100% 찬성을 보였다. 다섯 명의 사외 이사 중 단 한번이라도 반대를 한 사람이 없다는 얘기다.

한편 국내 30대 그룹 사외이사 609명 중 관료 출신은 235명으로 38.6%이고 학계는 186명(30.5%)을 차지했다. 재계 인사는 97명으로 15.9%에 불과했다. 그밖에 언론(25명, 4.1%), 공공기관(24명, 3.9%), 법조(17명, 2.8%), 세무회계(14명, 2.3%), 정계(4명, 0.7%) 출신 순이었다.

또 30대 그룹 중 영풍, 두산, CJ, OCI, 동국제강, 신세계, 롯데, 효성 등 8개 그룹은 관료 출신 사외이사 비중이 50%를 넘었다. 반면 미래에셋은 관료 출신 사외이사가 단 한 명도 없었고 포스코, LG, KT도 10%대에 불과했다.

채준기자 dooria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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