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대한 차별이 유독 심했던 학문 분야가 수학이다. 고도의 지적 능력이 요구되는 수학과 여성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인식에서였다. 그러다 보니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도 남성으로 위장하고, 사후 남성과 여성의 뇌의 무게를 재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2005년 로런스 서머스 당시 하버드대 총장이 “과학, 수학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못한 것은 선천적 차이 때문”이라고 했다가 십자포화를 맞고 총장에서 낙마한 것은 물론 유력했던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자리를 여성 은사였던 재닛 옐런에게 넘겨야 했던 것이 비근한 예다.
▦ ‘현대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다비트 힐베르트 독일 괴팅겐대 교수가 인정한 천재 수학자 아말리 에미 뇌터가 그런 고통을 겪었던 여성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뇌터의 정리’ 등 이론물리학의 토대를 닦았지만, 젊었을 때는 수강등록을 거부당해 청강생으로 전전했다. 대학 평의원회가 그의 교수 임용에 반대하자 그를 추천한 힐베르트가 “평의원회는 목욕탕이 아니다”라고 일갈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미국에서 독신으로 생을 마쳤을 때 아인슈타인은 “여성 고등교육이 시작된 이래 가장 창조적인 수학 천재”라고 추모했다.
▦ 여성 인지능력에 대한 차별인식은 뿌리깊다. 서머스의 발언 파문 와중에도 저명한 언어인지학자인 스티븐 핑커 하버드대 교수는 태아기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남녀의 인지 패턴과 관련 있다고 해 논란을 키웠다. 그러나 과학으로 포장한 ‘뉴로 섹시즘(신경 성차별)’은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대신 ‘여성은 수학능력이 떨어진다’는 고정관념이 여성의 참여를 막고 결국 성취도를 떨어뜨린다는 ‘젠더 이데올로기’가 원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 작년 대입수능 성적에서 여학생이 이과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수학 B형에서도 남학생을 앞섰다고 한다. 다른 모든 과목에서는 이미 남학생을 뛰어넘은 지 오래지만, 가장 어렵다는 수학 B형에서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여학생들의 이과선호 현상, 남녀평등 조류가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성차별이 없는 나라일수록 수학 성적에서 남녀간 차이가 적다는 것은 이미 통계로 실증된 바다. 그렇다면 역시 뜯어 고쳐야 할 것은 ‘섹스(sex)’가 아닌 ‘젠더(gender)’에 대한 그릇된 편견이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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