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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과 절제로 '도시 디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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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과 절제로 '도시 디톡스'

입력
2015.08.2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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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내에 축적된 독소를 빼내는 제독요법을 뜻하는 디톡스(detox)라는 말은 어느덧 익숙한 용어가 됐다. 바쁜 일상에 몸도 마음도 많이 찌들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동남아의 대표적 휴양지 필리핀은 ‘에메랄드 빛 바다, 해양 스포츠’의 천국이다. 하지만 본래 뜻 그대로의 ‘디톡스’ 여행지기도 하다는 건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식생활부터 디톡스를 추구하는 필리핀의 건강 여행지를 다녀왔다.

너처 웰니스 빌리지의 농장에서 한 직원이 농작물에 물을 주고 있다. 너처 웰니스 빌리지 제공
너처 웰니스 빌리지의 농장에서 한 직원이 농작물에 물을 주고 있다. 너처 웰니스 빌리지 제공
리조트 중앙에서 바라본 풍경. 너처 웰니스 빌리지 제공
리조트 중앙에서 바라본 풍경. 너처 웰니스 빌리지 제공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2시간 거리 타가이타이(Tagaytay)의 너처 웰니스 빌리지(Nurture Wellness Village)는 직접 운영하는 농장에서 키운 유기농 작물로 만든 음식을 제공한다. 이를테면 구운 닭 요리에는 밭에서 갓 따온 바질이 쓰이고, 함께 나오는 음료는 바로 수확한 케일을 갈아 만든다. 음식의 단맛도 설탕이 아니라 농장에서 나는 이스티비아 잎을 사용한다. 투숙객들이 원하면 리조트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넓은 농장을 둘러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본 적 없는 이스티비아 잎을 그 자리에서 따 먹으며 초록 잎에서 설탕 맛이 나는 신기한 경험도 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농약대신 자연 살충제를 사용한다. 호밀로 만든 술인 진에 생강과 마늘을 섞어 숙성시킨 것이다. 비료 역시 땅속의 지렁이를 이용해 직접 만든다. 농장에는 피망 버섯 파파야 아로마 레몬그라스 등 채소와 과일, 허브 등 다양한 작물들을 재배한다.

더 팜의 야외 교실에서 요가 수업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 더 팜 앳 산베니토 제공
더 팜의 야외 교실에서 요가 수업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 더 팜 앳 산베니토 제공
채식 요리만을 제공하는 더 팜의 감자 요리. 더 팜 앳 산베니토 제공
채식 요리만을 제공하는 더 팜의 감자 요리. 더 팜 앳 산베니토 제공

타가이타이에서 남쪽으로 2시간 더 떨어진 바탕가스(Batangas) 인근에는 고기를 전혀 먹을 수 없는 리조트가 있다. 더 팜 앳 산베니토(The Farm at San Benito)는 채식 리조트를 표방한다. 수프로 시작해 디저트로 끝나는 5단계 저녁 코스 요리에서조차 육류는 물론 생선도 볼 수 없다. 하지만 으깬 감자를 보라색 채소인 비트로 감싼 메인 요리로 충분히 배를 채우고도 위에 별 무리가 없다. 말 그대로 디톡스인 셈이다. 리조트 내부로 외부음식이나 술을 반입하는 것도 금지 돼 있다.

더 팜에서는 식생활뿐만 아니라 생활 패턴의 변화를 강조한다. 매일 다른 일정으로 짜인 자체 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1시간 단위로 짜인 요가와 명상, 순환 운동, 파워 워킹 등의 프로그램을 경험해볼 수 있고, 리조트 내의 공용 수영장 3곳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투숙객들은 이른 아침부터 리조트 중앙에 위치한 야외 교실에서 중국식 기공 동작을 배운다. 몸 안팎의 에너지 순환을 돕는다는 강사의 말이 완전히 미덥지는 않지만, 아침 햇살을 받으며 손끝과 발끝의 근육 마디마디를 움직이다 보면 몸이 절로 시원해진다. 그래도 완전히 풀리지 않는다면 스파와 마사지를 받아보는 것도 좋다. 1시간 가량의 전신마사지가 피부관리용인 듯하지만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데도 제격이다. 오일은 자체 제작한 것을 사용한다. 객실의 비누와 샴푸, 린스도 마찬가지다.

너처 웰니스 빌리지와 더 팜은 숙소에 냉장고가 없다. 에어컨 등 일부 전자제품만 비치해 전자기기로부터도 최대한 멀어질 수 있도록 했다. 일종의 디지털 디톡스인 셈이다. 전자 알람 대신 지붕 위의 새와 고양이 울음소리로 아침 잠이 깨는 것도 필리핀 소도시에서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디톡스다.

타가이타이ㆍ바탕가스(필리핀)=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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