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회담서 北 천안함 사과-南 5·24 조치 해제 논의될 듯
판문점 남북 고위급 접촉의 극적 타결로 일촉즉발의 한반도 군사적 긴장이 해소 국면에 돌입하면서 개성공단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던 남북 교류·협력이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남북이 25일 새벽 동시에 발표한 고위급접촉 공동보도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의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했다'는 합의사항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남북 교류·협력의 본격화를 위해서는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을 계기로 취해진 5·24 대북제재 조치의 해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5·24 조치를 해제하려면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한 북측의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남북 당국 회담에서 북측의 천안함 피격사건 유감 표명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 5·24 조치, 시행초기보다 유연화…대규모 투자·교역은 여전히 금지
26일 통일부에 따르면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 이후 발표된 5·24 조치는 ▲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불허 ▲ 남북교역 중단 ▲ 개성공단과 금강산 제외 방북 불허 ▲ 북한에 대한 신규투자 불허 ▲ 인도적 지원 제외 대북지원 사업 보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5·24 조치 시행 초기에는 이를 엄격하게 적용하다가 이듬해인 2011년부터 유연성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2011년 9월 취임한 류우익 당시 통일부 장관은 ▲ 투자자산 점검 방북 허용 ▲ 선급지급 잔여물자 및 기계약 임가공품 반입 허용 ▲ 밀가루·의약품 등 지원품목 확대 ▲ 비정치·종교·문화 선별적 방북 허용 등을 골자로 한 '유연화 조치'를 취한다.
이에 따라 그해 중단됐던 개성공단 내 공장 건축공사 재개, 소방서와 응급의료시설 신축, 도로 개·보수 등이 허용됐고, 7대 종단 대표들이 북한을 방문하게 됐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5·24 조치의 유연화 기조는 이어졌다.
개성공단 국제화를 위한 외국 기업 투자 유치와 남·북·러 물류 협력 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 등가 대북 신규투자를 금지한 5·24 조치의 예외로 인정됐다.
정부는 지난 4월 27일 5·24 조치 이후 처음으로 민간단체의 대북 비료지원을 승인했고, 5월 1일 지방자치단체와 민간단체의 남북교류를 폭넓게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민간교류 추진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했다.
이는 '대북지원 사업 원칙적 보류'라는 5·24 조치의 한 축이 허물어진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남북교역 중단과 북한 신규투자 불허라는 5·24 조치의 핵심 골격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역은 2009년 16억7천900만 달러, 2010년 4억6천900만달러에서 2011년 1천600만 달러, 2012년 1천만 달러, 2013년과 지난해 400만 달러로 줄었다. 신규투자 불허로 개성공단의 단계적 확대, 발전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 北 천안함 피격사건 사과 혹은 유감 표명이 관건
판문점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에 따라 당국 회담이 본격화하면 북측의 천안함 사건에 대한 사과 혹은 유감 표명과 5·24 조치 해제 문제가 함께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정부는 남북 대화가 재개되면 5·24 조치의 해제에 대해서도 북한과 논의할 수 있으며, 해제를 위해서는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해 우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북측의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북한이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 공동보도문을 통해 지난 4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발생한 목함지뢰 도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함에 따라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해서도 어떤 방식으로든 유감을 표명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군 당국은 지난 10일 북한 지뢰도발 사건의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목함지뢰 파편과 현장 지형 등을 근거로 북한의 소행이 확실시된다고 밝혔지만, 북한군이 직접 지뢰를 매설한 장면은 포착하지 못했다.
2010년 3월 26일에 발생한 천안함 피격사건도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 북한 잠수정의 어뢰공격으로 드러났지만, 현장에서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 상황이 식별된 것은 아니었다.
북한이 지뢰도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선 것은 일차적으로는 우리 군의 대북확성기 방송을 중단시키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금강산관광 등 향후 남북 경제협력을 통해 외화를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 경제협력의 본격화를 위해서는 5·24 대북제재 조치의 해제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북측이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해 결자해지에 나설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다만, 북한의 소행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던 DMZ 지뢰도발과 달리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해서는 여전히 남측 일각에서 정부의 발표를 의심하는 기류가 있어 북측이 '천안함 피격사건은 조작극'이라는 입장을 번복할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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