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기술적 분석에 천착하게 된 계기는 증권사에서 발표하는 기업분석 리포트에 여러 번 골탕을 먹었던 경험이다. '목표가격 0000원, 강력매수, 최선호주' 애널리스트가 리포트에 휘갈겨 놓은 이러한 달콤한 수사(修辭)에 속아 덜컥 매수를 했다가 줄줄줄 흘러내리는 주가에 식은땀을 흘렸던 기억은 너무 많아서 일일이 사례를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애널리스트가 개인투자자들을 골탕 먹이는 유형도 다양하다. 주가가 한참이나 오른 뒤에 '강력매수'를 추천하는 '뒷북형'은 너무나 많아서 그나마 애교로 봐줄만 하다. 뒷북 추천을 해놓고 주가가 한참을 고꾸라져 바닥을 칠 때 쯤 슬그머니 '중립'의견을 내놓는 '철면피형'은 만나서 따귀를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얄밉다. 기업의 실적이나 내용을 엉터리로 풀어놓는 '사차원형'은 분석가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퇴출대상이다. 가장 악질적인 유형은 펀드매니저의 물량처분을 돕기 위해 매수추천을 내는 '사기꾼형'이다. 이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정보를 유포하는 명백한 범죄자들이다.
국내 증권사들에서 엉터리 리포트들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애널리스트의 자질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애널리스트란 해당산업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쌓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학을 갓 졸업한 새내기들이 애널리스트란 직함을 달고 써대는 리포트가 얼마나 투자정보로서 가치가 있을 지는 의문이다. 얼치기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트를 걸러내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체계적인 애널리스트 평가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두 번째로는 소신 있는 리포트를 내기 어려운 국내 증권업계의 구조적 한계를 들 수 있겠다. A라는 애널리스트가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기업의 잠재적 부실을 파악했다고 하자. A는 해당 기업에 대해 당당하게 '매도'라는 의견을 낼 수 있을까? 답은 '노'다. 매도리포트가 나오는 순간 해당 기업의 온갖 협박과 우회적 압력이 가해질 것이고, 이러한 사태를 우려한 A의 상사들은 리포트 초안이 올라오는 순간 쓰레기통에 던져버릴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우리 증권업계에 뿌리 깊은 비윤리적 행태 때문이다. 겉으로는 독립된 것 같지만, 안으로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 그룹 내 리서치센터-증권사-자산운용사의 인력들이다. 이들은 각기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결국 '고객의 이익 보다 회사의 이익'을 우선해야 하는 숙명 때문에 서로 협력하게 된다. 펀드매니저의 보유물량을 처분하기 위해, 또는 프랍트레이더의 공매도를 위해 애널리스트는 추락하는 종목의 '매수' 리포트를 내게 된다. 어쩌면 모든 리서치센터에서는 대중에게 공표되는 것과 다른 버전의 비공개 리포트가 만들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주식부처는 십 수 년간 기술적 분석을 연구하고 있는 선물 트레이더다. 자본시장에서 1조를 버는 것이 그의 인생목표다. 2012년 자신의 투자철학을 담은 '주식부처의 투자설법'을 출간한 바 있다. stockbuddha@daum.net
채준 기자 dooria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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