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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9000억에 판 라이신 사업 1000억대에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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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9000억에 판 라이신 사업 1000억대에 되찾는다

입력
2015.08.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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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당시 그룹의 핵심 돈 줄 사업, 獨 바스프에 '눈물의 매각'

이후 인척 기업 백광산업이 인수… 내달 하순쯤 M&A 성사 결론

中 등서 수요 살아나 성장 잠재력, 실적 부진 타개 묘수될지 관심

식품 가공의 필수 아미노산인 라이신은 돼지나 닭 등의 사료 첨가제로 주로 사용된다.
식품 가공의 필수 아미노산인 라이신은 돼지나 닭 등의 사료 첨가제로 주로 사용된다.

대상그룹이 독특한 기업인수합병(M&A)에 나섰다. 사료첨가제인 라이신을 생산하는 백광산업 인수 추진을 통해 과거 9,000억원에 매각한 사업을 17년이 지나 1,000억원대에 다시 되사는 것이다. 비싸게 팔고 싸게 되사는 성공적 M&A 사례인 대상의 백광산업 인수는 다음달 하순쯤 결론이 날 전망이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상은 백광산업 인수를 추진 중이다. 백광산업은 국내 유일의 라이신 생산 공장을 갖고 있는 전문업체다. 식품 가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아미노산인 라이신은 돼지나 닭 사료에 첨가제로 쓰인다.

대상의 백광 인수는 독특한 사연이 있다. 대상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정부가 구제 금융을 받은 직후인 1998년 정부의 적극적인 외자 유치 방침과 부채 비율 축소를 위해 승승장구하던 라이신 사업부문을 매각해야 했다. 대상 관계자는 “당시 라이신 사업은 그룹의 돈줄이었다”며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매각했다”고 말했다.

다국적 화학업체인 독일 바스프가 대상의 군산 라이신 공장과 인력, 영업권 등을 인수하며 지불한 금액은 6억달러(약 9,000억원)였다. 이는 IMF 시절 최대 규모의 해외 매각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바스프는 당시 사료 시장의 공급 과잉 등이 겹쳐 라이신 사업에서 적자를 보게 됐다. 결국 견디지 못한 바스프는 2007년 11월 라이신 사업을 백광산업에 넘겼다. 당시 매각 금액이 250억원이었다. 바스프로서는 엄청난 손실을 본 셈이다.

이후 백광산업은 약 800억원을 들여 추가 시설투자를 하며 라이신 사업을 키웠고 다행이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백광산업도 최근 사료 시장이 예전 같지 않자 결국 인수자를 찾게 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료 및 원료 시장도 중국업체들이 대량 생산에 나서면서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상은 과거 잘 나갔던 원래 사업을 되찾아 오는 의미에서 백광산업 인수에 적극적이다. 여기에 김종의 백광산업 회장이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누나인 임경화씨와 결혼해 혼맥으로도 얽혀 있어 인수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상의 백광산업 인수 가격을 1,000억원대로 보고 있다. 과거 9,000억원에 매각한 사업을 1,000억원에 되사는 셈이니 꽤 많이 남는 장사다. 대상 관계자는 “백광산업 인수를 위해 접촉 중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대상은 라이신 사업을 최근 실적 저조의 돌파구로 보고 있다. 대상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3% 늘어난 1조2,868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2.8% 줄어든 580억원을 기록했다. 동종업계의 경쟁 심화로 가공식품 시장 점유율이 떨어졌고 식자재 유통사로 신규 진출한 대상베스트코의 적자가 컸다. 여기에 매출 비중이 높은 인도네시아 법인 역시 원재료 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수익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부진 탈출의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대상은 과거 훌륭하게 사업을 운영한 경험을 갖고 있는 라이신 부문에 애착이 클 수 밖에 없다. 특히 라이신 시장은 아직까지 잠재 성장성을 갖고 있는 분야다. 현재 40억달러 규모인 세계 라이신 시장은 최근 중국과 동남아 지역 등의 수요가 살아 나면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

현재 백광산업의 라이신 내수 시장 점유율은 약 80% 안팎이며 연간 총생산량(지난해 기준 15만톤)의 85%를 해외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백광산업은 지난해 매출 3,298억원, 영업손실 243억원을 기록해 라이신 사업이 잘되는데도 불구하고 매각을 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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