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등 F1들은 1조원 고수
박삼구 제시 6500억과 차이
절충점 못 찾으면 매각 표류 우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측이 제시한 금호산업 인수가(6,503억원)에 대한 채권단의 의견 취합이 마무리된 가운데, 최종 가격 결정의 키를 쥐고 있는 채권단 대표 산업은행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매각을 둘러싼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지만, 채권단 내 희망 가격 차이는 쉽사리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단 대표 산업은행은 이날 금호산업 지분 0.5% 이상을 가진 22개 채권 금융사들의 의견을 서면과 유선상으로 취합했다. 앞서 산업은행은 미래에셋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의 의견을 모아 1조213억원(주당 5만9,000원)을 박 회장 측에 제시했고, 지난 21일 박 회장은 최초 제시했던 5,900억원에서 600억원을 올린 6,503억원(주당 3만7,564원)을 인수가격으로 다시 제안했다.
채권단 안팎의 얘기를 종합하면 이날 취합한 채권단의 의견 역시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미래에셋 등 FI들은 기존에 제시했던 가격(1조213억원)을 여전히 고수한 데 비해 일부 채권기관은 약 7,000억원대 수준의 희망가격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일부 기관은 가격을 산출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아예 의견 제출을 하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앞서 몇 차례 채권단 회의를 거쳤지만, 최종 제시가격에 대한 절충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채권기관들이 희망가격을 제시하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결국 산업은행이 채권단 대표로서 적절한 절충점을 찾아 채권단 전체의 결의가격을 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위험 부담이 따른다는 점이 문제다. 결의 가격이 높은 수준이면 채권단의 합의를 끌어내기 쉬울 수 있지만, 박삼구 회장 측이 이를 거부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이럴 경우 매각이 지연되면서 가격이 더 떨어질 위험도 커질 수 있다.
반대로 결의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을 경우 채권단 협의회라는 첫 관문도 넘기 못하고 매각 작업이 다시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1조원 이상의 가격을 고수하고 있는 미래에셋의 금호산업 지분율은 8.5%, 의결권 14.7%로 채권단 중 가장 많은 상황. 일부 FI들이 미래에셋 의견에 동참할 경우 표결에 부쳐도 ‘75% 이상 찬성’이라는 통과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FI들은 투자자들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매각 가격을 더 이상 낮추기는 힘들 것”이라며 “산업은행 입장에선 채권단과 박삼구 회장 측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묘수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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