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간 75개국 304편 상영
스무 살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가 10월 1일 개막작인 인도영화 ‘주바안’(감독 모제즈 싱)의 상영을 시작으로 영화의 바다로 출항한다. 같은 달 10일 중국영화 ‘산이 울다’(감독 래리 양)로 축제의 막을 내릴 때까지 75개국 304편이 상영된다. 세계 최초 상영작은 94편(장편 70편ㆍ단편 24편)이, 제작국가 이외 최초 상영작은 27편이 부산의 스크린에서 명멸한다. 부산영화제는 25일 오후 서울 신문로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상영작과 행사를 공개했다.
‘주바안’의 개막작 선정은 파격이다. ‘주바안’은 독립영화로 싱 감독의 데뷔작이다. 최근 부산영화제가 아시아 우수 독립영화와 신진 발굴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데뷔작의 개막작 선정은 예상 밖이다. 2012년 홍콩영화 ‘콜드워’(감독 써니 럭)가 데뷔작으로서 개막작에 올려진 적이 한번 있다. 강수연 부산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은 “인도영화를 이끌어갈 인물로 주목받아온 제작자의 영화”라며 “인간의 양면성을 잘 담고 있는 캐릭터가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김지석 부산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는 “올해는 신인 감독이 가장 빛나는 영화제가 될 것”이라며 “각 부문별로 신인 감독의 작품을 대거 포진했다”고 말했다.
올해 칸국제영화제와 베를린영화제 등에서 주목받은 최신 영화들도 만날 수 있다.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디판’(감독 자크 오디아르), ‘천일야화’(감독 미겔 고미쉬), ‘나의 혈육’(감독 마르코 벨로키오), ‘마마’(감독 훌리오 메뎀), ‘브랜드 뉴 테스타먼트’(감독 자크 반 도마엘), ‘유스’(감독 파울로 소렌티노) 등이 상영된다.
부산의 단골손님들도 볼 수 있다. 대만 감독 허샤오시엔(‘자객 섭은낭’)과 차이밍량(‘오후’), 중국감독 지아장커(‘산하고인’), 태국감독 아피차퐁 위라세타쿤(‘찬란함의 무덤’), 이라크 감독 바흐만 고바디(‘나라 없는 국기’), 일본 감독 소노 시온(‘모두가 초능력자’)과 고레에다 히로카즈(‘바닷마을 다이어리’) 등이 신작으로 관객과 만난다.
세계의 큰 별들도 영화제를 빛낸다. 독일 출신의 스타 나스타샤 킨스키는 아시아 신인 감독의 작품을 대상으로 한 ‘뉴커런츠’부문 심사위원으로, ‘설국열차’로 잘 알려진 영국배우 틸다 스윈튼은 신작 ‘비거 스플래쉬’로 부산을 찾는다. 한류스타 송승헌과의 교제로 최근 관심이 집중된 중국배우 류이페이도 초청객 명단에 올라있다.
부산영화제는 올해 20회를 맞아 성대하게 치러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영화진흥위원회 지원 예산이 지난해 14억6,000만원에서 올해 8억원으로 줄어 위기론이 대두됐다. 연초 부산시가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보도도 나와 내홍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정치권과 영화계에서 많은 도움을 줬으나 삭감된 금액을 보충할 수는 없었다”며 “일부 사업을 축소해 영화제를 치르게 됐다”고 밝혔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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