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대표 바르샤 2군 이승우 U-17대회 앞두고 '빨간 머리'
최진철 감독 "좀 과한 듯" 일침
베컴 모히칸·로드맨 염색 헤어… 해외 유명 선수 머리 화제되기도
흔히 여자가 갑작스럽게 헤어스타일을 달리하는 것은 심경의 변화 때문이라고들 한다. 정도는 덜 하지만 남자의 머리 스타일 변화도 의미하는 바가 있다. 스포츠 경기에서 특히 남자 선수들의 헤어스타일은 개성이나 각오의 표현 등 여러 용도로 해석된다.
스페인 프로축구 FC바르셀로나의 유소년 팀인 후베닐A에서 성인팀인 B팀으로 승격한 이승우(17)가 24일 머리카락에 빨간 염색을 하고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나타났다. 2015 수원 컨티넨탈컵 U-17(17세이하) 국제청소년축구대회 대표팀의 소집훈련장이었다. 머리 한 편에는 반항아의 상징이라 불리는 스크래치까지 냈다.
그는 지난 4월 국내 무대에 첫 선을 보인 U-18 수원 JS컵에서는 머리카락을 노란 색깔로 물 들이고 경기에 출전했다. 또 당초 지난 6월 열릴 예정이던 수원컵에 소집됐을 때에는 회색으로 색깔을 바꿔 시선을 사로 잡았다.
이날 최진철 대표팀 감독과 동료 선수들, 취재진은 이승우의 파격적인 머리 색깔에 혀를 내둘렀다. 최 감독은 이승우의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우리나라 정서상 과한 측면이 있다. 좀 자제해 줬으면 좋겠다”고 뼈있는 지적을 날렸다. 하지만 이승우는 “해외에선 미용실에 자주 안 가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싶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승우는 헤어스타일뿐 아니라 ‘튀는’ 언행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그는 지난 4월 수원 JS컵 참가차 귀국하면서 “국가대표 최연소 기록을 깨는 게 꿈이다”라며 “향후 메시(바르셀로나) 같은 선수가 돼 발롱도르 상도 타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국내에선 자신감이냐, 거만함이냐는 의견이 분분했다.
논란은 수원 JS컵 대회에서 더 커졌다. 이승우는 당시 벨기에와 2차전 전반 13분 단독 찬스에서 슛 기회가 무산되자 광고판을 걷어차 주변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에 대선배인 이영표 KBS 축구해설위원은 “이승우가 ‘축구만’이 아닌 ‘축구도’ 잘 하도록 지금 누군가 말해줘야 한다”며 “우리는 이승우에게 경기력 외적인 부분에서 더 많은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른 종목에서도 헤어스타일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한 선수들은 많다. 미국프로농구(NBA)의 ‘악동’ 데니스 로드맨(54)이 대표적이다. 로드맨은 시카고 불스가 3연속(1996~98년) 우승을 이루는 동안 노랑, 빨강, 초록, 파랑, 보라, 표범 무늬 등 이색적인 염색으로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축구계에선 데이비드 베컴(40)과 로베르토 바조(48), 호나우두(38) 등이 헤어스타일로 화제를 낳았다. 베컴의 이른바 ‘모히칸 헤어’는 국내에서 일명 ‘닭벼슬 머리’로 일컬어지며 유행을 선도했다. 바조의 ‘꽁지머리’는 1990년대 이탈리아 축구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헤어스타일은 절치부심의 표현으로도 쓰인다. 지난 23일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제주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광주FC와 경기에서 모두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그라운드에 나섰다. 1무4패의 부진한 최근 성적을 만회하기 위한 극약처방이었다. 결과는 1-0 승리. 조성환 제주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이 승리를 위해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는데 효과가 있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이승우의 일거수일투족은 ‘개성’과 ‘도발’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일부에서는 이를 개성으로 받아들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예의가 없다며 인성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누가 옳은지는 보는 관점에 달렸다. 결국 이승우의 향후 경기력이 그를 바라보는 시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종민기자 mi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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