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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위기의 그림자

입력
2015.08.2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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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안화 평가절하의 후폭풍으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면서 증권가에는 외환위기의 어두운 그림자를 연상시키는 분석이 많다. 당시와 유사한 측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1994년 중국이 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5.8위안에서 8.7위안으로 평가절하하면서 주변국들이 위기를 맞이했다. 여기에 미국은 예고 없는 금리인상으로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대학살(Bloodbath)이라고 불린 채권가격 폭락사태가 이어졌다. 멕시코는 곧바로 ‘테킬라 위기’에 직면했고 아시아 신흥국들은 3년 뒤인 1997년 결국 외환위기를 맞이했다.

▦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지난 11일 중국이 갑작스레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하면서 시장이 충격에 휩싸였다. 그렇지 않아도 신흥국 시장에서는 자본유출이 이어지는 상황이라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외환위기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이후 아시아국가들은 변동환율제를 채택, 탄력을 갖춘 데다 외화 보유액도 충분하다. 우리도 외환위기 당시 39억 달러였던 외화 보유액이 지금은 1,000배 가까이 늘어난 상태라 그때처럼 쉽게 무너질 구조는 아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국제문제전문가 레이쓰하이(雷思海)가 저서 전쟁에서 거론한 ‘3차 금융전쟁’에 눈길이 간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1970~1985년, 1985~2000년 두 차례 15년 단위의 금융전쟁에서 승리했다. 10년간은 달러가치가 떨어지고 나머지 5년은 급등한다. 약(弱)달러정책으로 타국 통화가치를 끌어올려 자산 거품을 부추긴 뒤, 금리를 인상해 국제자본을 미국으로 유입시킨다. 미국은 이 자본으로 고속성장하고 나머지 나라들은 불황을 겪는 방식이다. 지금은 3차 시기(2000~2015년)로 막바지 강(强)달러 반전이 진행 중이다.

▦ 경제위기 때는 늘 그럴싸한 음모론이 등장한다. 화폐전쟁의 저자 쑹훙빙(宋鴻兵)은 "동남아 외환위기 때 국제 금융세력은 한국 등 네 마리 용에 대해 '양털 깎기'를 했다"고 주장한다. 신흥국의 자산 거품을 조장한 뒤 통화량을 갑자기 줄여 불황과 자산가치 폭락을 유도, 헐값에 손에 넣는 수법이다. 진실의 경계는 알 수 없지만 약자는 늘 당하기 마련이다. 어디서 공격이 들어올지 모르니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외화 보유액이 넉넉하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곳간 단속을 단단히 해야 한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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