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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통령이 거치는 7단계 중, 오바마는 5단계에

입력
2015.08.2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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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내 주도권 잡은 트럼프 관심은 끌었지만 당선은 힘들 것

능력 부족한 상태서 당선된 오바마, 똑똑하고 진지해 재임 거치며 성장

백악관 떠난 뒤에도 업적 이룬 카터, 7단계서 가장 위대한 유산 남겨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는 희극 ‘뜻대로 하세요’에서 세상을 무대, 인간의 배우에 비유하며 삶을 일곱 단계로 구분했다. 사람은 ‘보모의 품 안에서 칭얼거리다 토하는’ 유아기를 시작으로 학교 가기 싫다고 징징대는 학생 시절과 사랑에 눈 뜨는 연인 시기를 거쳐, 명예에 혈안이 된 호전적인 군인 시기를 보내고 난 뒤, 현명한 판사 시기를 지나 노인이 된 다음 ‘다시 아이처럼 유치해지고 망각만 있을 뿐 치아도 시력도 미각도 아무것도 없는’ 존재가 된다.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 폴리시의 데이비드 로스코프 대표가 24일 ‘대통령이 거치는 7단계’라는 칼럼을 통해 대통령의 인생을 셰익스피어의 일곱 단계 인생에 비유해 눈길을 끌고 있다. 공화당 후보 경선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부터 현직 버락 오바마, 암투병 중인 지미 카터까지 여러 인물을 예로 들어 대통령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 글이다.

대통령의 첫 단계는 희망과 야망으로 가득 찬 시기다. 다른 후보의 공격을 받으면서 끊임없이 공약을 내걸고 선거 활동을 하는 시기를 지난 뒤, 선출이 확정되면 허니문처럼 꿀맛 같은 취임 초기를 보낸다. 네 번째 단계에선 대통령이라는 위치의 한계를 깨닫고 후보 시절 내놓았던 공약을 실천해야 한다는 부담과 맞닥뜨린다. 그 뒤 성공적으로 4년을 보내고 나면 재선에 성공하고 외교나 안보에서 더 어려운 업무를 맡게 된다. 여섯 번째 단계는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 재야로 돌아가는 시기다. 흔히 이 시기에 회고록을 쓴다. 마지막 단계는 죽음 직전이다. 재임 기간 지은 죄를 속죄하고 나면 공항과 학교 등의 이름이 된다.

로스코프는 “대선 후보들 중 트럼프만큼 대중의 관심을 끈 인물이 없다”며 “트럼프가 19세기 서커스 단장이자 흥행업자였던 P.T 바넘의 기백과 프로레슬링 경기에서 볼 수 있는 수완을 결합해 공화당 내 주도권을 잡고 있다”고 평했다. 그는 또 “미국 정치사에서 트럼프 같은 바보를 많이 봐왔지만 대통령으로 꼽힌 적은 없다”며 미국인들은 대통령을 뽑을 때 지나치게 심각하기 때문에 트럼프가 당선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스코프는 오바마 대통령이 매우 부족한 상태에서 최고 통치권자의 자리에 올랐지만 재임을 거치며 성장해 결국5단계에 이르렀다고 평했다. “오바마가 외교 경험뿐만 아니라 필수적인 관리 능력과 위대한 세계 지도자가 될 인격도 부족했지만 똑똑하고 진지했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오바마의 외교 정책이 올해 정점에 이르렀다면서 이란과의 협상, 쿠바와 외교 정상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을 예로 들었다.

로스코프는 오바마에 대해서는 외교 정책에서 거둔 성과를 자신의 업적으로 승화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공이라는 것은 재임 기간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재임 후 나타나는 결과를 통해 평가 받는 것이라는 이유다. 이란과의 협상이 핵무기 사용을 막을 수도 있지만 의도하지 않은 다른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다면서 그는 “재임 기간의 공로뿐만 아니라 과실까지 대통령이 남긴 것에 대한 평가가 된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마지막 단계는 카터 전 대통령이 지금 마주하고 있다. 로스코프는 “카터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할 만큼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며 “그는 백악관을 떠난 뒤에도 대통령의 지도력이나 업적이 끝나는 게 아니란 걸 증명했고 대통령의 7단계에서 가장 위대한 유산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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