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터처블' 선동열 '끝판왕' 오승환
전설 이을 특급 마무리 투수 안나와
임창용·임창민 등 선전하고 있지만
평균 자책점 1점대 기록은 사라져
삼성은 ‘끝판왕’ 오승환(33ㆍ현 한신)이 있을 때 ‘8회까지 야구를 하면 된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9회 오승환이 마운드에 오르면 사실상 승리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만큼 오승환은 강력했고, 철옹성 같았다.
2013년 시즌 뒤 오승환이 떠난 한국 프로야구는 뒷문이 헐겁다 못해 미끄러울 정도다. 수준급 마무리의 상징인 1점대 평균자책점 소방수가 2014년부터 사라졌다. 2013년만 해도 당시 46세이브로 구원왕에 오른 손승락(33ㆍ넥센)은 평균자책점 2.30을 기록했지만 봉중근(35ㆍLGㆍ38세이브)과 오승환(28세이브)은 각각 1.33, 1.74로 뒷문을 확실히 잠갔다.
특히 2005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오승환은 부상으로 고전했던 2009년과 2010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1점대 이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2011년에는 2006년에 이어 두 번째 단일 시즌 아시아 최다 세이브(47개)를 수확하면서 평균자책점 0.63으로 정점을 찍었다. ‘국보 투수’로 불렸던 선동열(52) 전 KIA 감독도 현역 시절 30세이브 이상을 올린 1993년과 95년에는 0.78, 0.49로 ‘언터처블’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KBO리그는 유독 각 팀마다 부진한 마무리 투수로 골머리를 앓는다. 세 차례 세이브 타이틀을 거머쥔 손승락은 21세이브를 챙겼지만 블론 세이브가 6개에 달한다. 지난 5일 KIA전 세이브 후 최근 6경기에서 내준 실점은 무려 9점(8자책)나 된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3.54. 지난 시즌에도 32세이브로 세이브 1위를 차지했지만 평균자책점은 4.33으로 쑥스러운 수준이었다. 워낙 부진한 나머지 염경엽(47) 넥센 감독은 지난 주말 손승락에게 ‘특별 휴가’를 주기까지 했다.
봉중근은 올해 평균자책점 4.61로 구위 저하가 단연 눈에 띄었다. 시즌 초반부터 불안한 행보를 이어가더니 결국 마무리에서 선발 전환을 결정했다. 봉중근은 지난 24일 1군 엔트리에서 빠진 뒤 선발 수업을 받고 시즌 막판 내년을 위한 가능성을 시험할 예정이다. 또한 2002년 데뷔 후 올 시즌 최다 이닝과 투구수를 소화한 권혁(32ㆍ한화)은 16일 삼성전 패전 이후 4일 휴식을 보장받았음에도 좀처럼 힘이 붙지 않고 있다. 그의 평균자책점은 4.56이다.
임창민(30ㆍNC)은 처음 마무리 보직을 맡고도 27개의 세이브를 올려 부문 선두를 질주하고 있지만 3점대의 평균자책점(3.29)이 아쉽다. 그나마 우리 나이로 불혹인 임창용(삼성)이 마무리 가운데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2.54)으로 선전하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아직도 그가 국내프로야구에서 최고 소방수로 평가 받는 슬픈 현실을 곱씹어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 올해 미국 메이저리그는 20세이브 이상을 거두면서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가 8명, 일본프로야구는 7명이다. 반면 한국프로야구는 2년째 단 1명도 없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l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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