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SK텔레콤, LG유플러스, KT 사옥. 연합뉴스
가계통신비가 또 늘었다. 올 2분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국내 소비가 위축됐음에도 가계통신비는 상승 곡선을 그렸다. 정부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이후 통신비 절감 대책으로 나온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가계통신비 증가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통신사 수익개선용?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2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2인 이상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은 71.6%로 전년 동기 대비 1.7% 하락했다. 메르스로 인한 소비 침체가 주요했던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같은 기간 가계통신비는 14만7,700원으로 전년(14만3,500원) 대비 약 3.0% 증가했다. 전 분기의 14만6,000원과 비교해도 1.2% 늘어난 수치다. 통계청의 가계통신비는 이동통신, 초고속인터넷, 집전화 등 통신서비스와 통신장비 구매에 지출한 비용를 합친 것이다.
통신비 절감 대책의 일환이었던 '데이터 중심 요금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음성 통화를 무제한 제공하는 대신 기본 데이터 제공량을 줄인 이 요금제는 현재 600만명의 가입자를 돌파했다.
실제로 데이터 중심 요금제의 최저 요금인 월 2만9,900원 요금을 선택하면 가입자는 월 300MB의 데이터만 사용할 수 있다. 이마저도 첫 달에는 가입 일자에 따라 데이터를 분배하기 때문에 300MB보다 적은 데이터를 이용해야 한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조사한 데이터 소모량을 보면 동영상 스트리밍의 일반화질은 42MB, HD급 고화질의 경우 141MB가 소모된다. 웹툰과 라디오 스트리밍의 평균 데이터 소모량은 각각 26MB와 17MB였다. 300MB의 데이터로는 한 달간 원활한 이용이 힘든 실정이다.
결국 해당 요금 가입자는 부족한 데이터로 인해 별도의 장비를 구매하거나 추가로 데이터를 소진한다. 요금제 인하로 마케팅비 축소 정책을 펼치는 이동통신사의 수익성은 데이터 사용료분을 더해 한층 개선된다.
실제로 데이터 중심 요금제 출시 당시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가계 통신비 절감에 앞장선다고 외치던 통신사들의 수익은 올 2분기 크게 증가했다.
SK텔레콤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2.6% 상승한 4,12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월 특별퇴직에 대한 지급분 1,100억원대를 제외하면 사실상 SK텔레콤은 큰 폭의 실적 개선을 나타낸 것이다. KT도 같은 기간 17.6% 증가한 3,688억원을 기록했고 LG유플러스는 24.3% 늘어난 1,924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동영상·스트리밍 등 새로운 콘텐츠들이 데이터 소비의 주를 이루고 있어 데이터 부족 현상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LTE 이용자의 월 평균 데이터 소비는 약 3.36GB로 증가세를 보이며 곧 4GB를 돌파할 전망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통한 데이터 부족분은 부가서비스 등을 통해 보완하고 있다"며 "2분기 가계통신비 가운데 이동통신 요금인 통신서비스 비용은 직전 분기보다 0.7% 감소해 취지를 지켰다고 본다"고 전했다.
■ 비싼 단말기 값에 어쩔 수 없이 중고폰에 눈길
아무리 내려도 비싼 단말기 값 역시 가계통신비 인상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올 2분기 가계통신비 가운데 통신장비 비용은 전 분기 대비 29.3% 증가한 2만2,7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제조사들의 비싼 출고가에 있다. 지난 4월 출시한 삼성전자의 갤럭시S6(32GB)는 해외 9개국 평균판매가(82만5,254원)가 국내 출고가(85만8,000원)보다 저렴해 논란이 됐다. LG전자의 G4 역시 미국 무약정 판매가가 국내 약정 가입자에 비해 20만원 가량 저렴해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소비자 차별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최근 제조사들은 앞다퉈 출고가를 내렸지만, 현재 시세도 비싸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특히 프리미엄 폰으로 불리는 제조사들의 플래그십(주력) 제품은 80만~100만원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어 가계통신비 증가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정부가 단통법 이후 공시지원금도 33만원까지 지원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월 10만원이 넘는 요금제를 써야만 최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저가 요금으로 높은 할부원금에 구매하거나, 높은 요금으로 공시지원금을 많이 받는 것이나 피차일반(彼此一般)인 셈이다.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은 중고폰이나 알뜰폰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중고폰 시장은 전년 대비 200% 넘는 고속 성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각종 사기 피해도 끊이지 않아 연일 '뜨거운 감자'다. 일각에서는 중고폰의 경우 합리적 대안이 아니라 '최악을 피한 차악'이라고 꼬집기도 한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가계통신비 절감의 근본적인 대책은 제조사의 출고가 인하와 통신사의 합리적 요금 체계 도입뿐"이라며 "업계와 정부는 3분기부터 데이터 중심 요금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지만 미지수다. 다가올 국정감사에서 통신 원가 공개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국민의 신뢰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성오기자 cs86@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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