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가 거리 이름으로 친구 모집
3년후 이웃 절반 가입 공동체 형성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시작된 작은 실험이 도시화로 사라져가는 골목 문화를 되살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5일 전했다.
로렐 보이어(34)와 그녀의 남편인 페데리코 바스티아니(37)는 2012년 고향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이탈리아 북부의 중소도시인 볼로냐로 이민을 왔다. 친구는 고사하고 친척 한 명 없는 볼로냐는 이들 부부에게 낯설고 생소한 도시였다. 바스티아니는 페이스북에 자신들이 사는 길거리 주소 이름인 ‘비아 폰대자’를 키워드로 페이스북 친구를 모으기 시작했다. 바스티아니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단순히 친구 몇 명이라도 사귀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3년 후인 지금 비아 폰대자에서는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 비아 폰대자에 사는 이웃의 절반 가까운 약 1,100명이 페이스북 친구로 가입하면서 작은 골목을 중심으로 공동체 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보이어는 “이웃은 물론 상점주인과 직장인, 학생 등은 매일 페이스북을 통해 비아 폰대자 거리에서 일어나는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며 “집을 나서면 얼굴을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묻게 되면서 낯설고 생소했던 이 거리가 이제는 인정 넘치는 곳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공동체 문화가 형성되자 사람들 간에 신뢰가 쌓이면서 어려울 때 서로 일을 도와주는 품앗이 문화도 생겨났다. 바스티아니는 “비아 폰대자에 사람들은 이제 이웃의 가구 조립이나 기계 수리는 물론 나이 든 할머니 대신 식품점에 가는 일까지 발 벗고 나서고 있다”며 “다급한 일이 생길 때 이웃에 도움을 요청하기가 훨씬 쉬워졌다”고 말했다.
올 3월에 비아 폰대자로 이사온 카테리나 살바도리는 최근 자신의 싱크대가 고장 난 사실을 페이스북에 알렸는데 단 5분만에 이를 고쳐주러 오겠다는 이웃의 메시지를 3통이나 받기도 했다. 루이기 나르다치오네(64)는 늦은 밤이면 비아 폰대자 거리에서 야간 순찰을 자처하고 있다. 나르다치오네는 “비아 폰대자에 사는 여성들 중에 밤 늦게 귀가하는 경우 저한테 전화를 하면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준다”면서 “은퇴를 한 후 시간이 남는 나한테 의미 있는 일이 생겼다”고 기뻐했다.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성공한 실험은 지금 전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유럽에만 자신이 사는 거리 이름을 따서 페이스북 친구를 모으는 계정이 393개나 생겼으며, 최근에는 브라질과 뉴질랜드에도 확산되고 있다. 도시화로 사라져가는 골목 문화의 장점이 페이스북을 통해 복원되면서 많은 이들의 동참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일랜드 매이누스 대학의 피에로 포미카 교수는 “디지털이 과거 사람들 간의 만남의 장소인‘광장’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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