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 한 어른이 새 이름을 지어주셨다. 후배의 아버님인데 사주 명리를 오래 공부하신 분이다. 만나 뵌 적은 없다. 이름과 생년 시간을 듣더니 대뜸 이름에 문제가 많다고 하시더란다. 어릴 때부터 곧잘 그런 얘기를 들었지만, 굳이 바꾸려 들지 않았었다. 어느 날, 어른께서 아들을 통해 새로 지은 이름을 알려주셨다. 기분이 묘했다. 다른 삶의 실루엣이 비치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개명 신청은 하지 않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되려면 이름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완전히 변화해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게 있었던 것 같다. 동시에, 굳이 이름을 바꾼다고 달라질 게 뭐가 있겠냐는 근본적인 회의도 있었다. 그러길 일 년 반. 문득 자신에 대한 지나친 점검과 고민이 삶의 하중을 더 무겁게 짓누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반발심이었을 거다. 며칠 전 대뜸 법원에 들렀다. 절차는 의외로 간단했다. 사십 년 넘게 지고 있던 무거운 짐 하나를 누구에게 의탁한 기분이었다. 조만간 돌려받게 될 짐은 무게는 같을지언정, 이전과는 다른 형태와 색깔일 것 같았다. 기분 탓이겠지만, 그렇게 법원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달랐다. 그러면서 자꾸 뒤돌아봤다. 오래 잡고 있던 누군가의 손을 단박에 놓아버린 기분. 아련했고 후련했다. 다시 만나게 되면 너무 변해 있어 놀랍고 너무 그대로여서 반가울 새로운 기다림의 시작이라 믿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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