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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북한 변수, 절제된 관리가 필요하다

입력
2015.08.2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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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대 반민주의 정치구도 시절, 한국정치를 규정짓는 3대 변수는 군부, 대학생, 북한이었다. 세 변수는 당시 한국정치의 상황을 극명하게 대변한다. 군부가 집권세력의 근간이었고 정통성의 부재를 안보 이데올로기로 은폐하던 시절이었다. 권위주의 정권에게는 일상적 비판과 견제도 정권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되고 비판세력의 중심인 대학은 반국가세력과 등치되곤 했다. 정권안보는 남북 분단이라는 외생적 상수에 의해 가능했다. 그리고 분단이라는 상수는 북한을 한국정치의 치명적인 독립변수로 만들었다.

정치적 배제가 일상화 되었던 권위주의 시대의 안보 논리는 진실을 왜곡하고 사회적 갈등의 표출을 강제로 억누르는 기제로 작용했다. 결과적으로 정치경제적 기득권을 강화하고 사회 거의 전 영역에서 격차가 제도화되는 역사적 단초가 되었다. 이는 사회경제적 쟁점 축을 왜곡시킴으로써 가능했다.

민주화 이후 안보 논리로 포장한 정치적 배제와 억압은 사라졌다. 그러나 북한 변수는 여전히 한국정치의 강력한 변수다. 더구나 간과해선 안 될 지점은 북한 변수가 사회정치적 상황에 대한 정확한 관점을 호도할 개연성이다. 안보 프레임을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고 선거정치에 유리하게 활용하려는 유혹에서도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동일한 논리의 연장에서 현재 야당 계열 정당과 정치세력들에게 ‘안보’는 넘어야 할 산이다.

북한 변수가 사회의 모든 쟁점 축을 빨아들이는 블랙 홀이 되는 현상은 거의 불가항력적이다. 권위주의 시대와는 양상을 달리하지만 남북 변수는 사회적 갈등의 본질을 호도하고 왜곡할 수 있다. ‘정치적인 것’이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차용하는 안보 논리는 그래서 위태롭다. 선거 승리를 위해 동원되었던 ‘북풍’도 민주화 이후 벌어진 일이다. 정치사회적 거대 이슈가 블랙 홀을 형성하는 현상은 자연스럽다. 더구나 국민의 안위와 직결된 안보 문제임에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박근혜정부가 내세우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등은 ‘통일대박론’을 위한 기저가 되는 원칙과 방향이다. 남북간의 긴장이 해소되고 남북을 잇는 철도가 시베리아 철도와 연결된다면 그 엄청난 변화와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통일의 단초가 열리고 그로 인한 ‘대박’은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한반도의 ‘코페르니쿠스적’ 변혁은 여타의 사회적 이슈와 갈등이 운위될 공간의 존재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사회가 직면한 난제는 우리 내부의 빈부 갈등과 심화되는 사회경제적 양극화뿐만이 아니다. 사안마다 대립하는 진영 논리는 지역적인 균열 축과 더불어 사회적 원심력을 증가시키는 근본적인 요인으로 작동한다. 사회적 균열과 갈등의 표출이 제도권으로 수렴하고 이의 해결을 위한 정치가 제대로 기능할 때 사회는 건강해진다. 소득의 상위와 중하위권에 위치하는 계층이 서로를 질시하지 않고 관용하며 배려하는 문화가 정착될 때 비로소 실질적 민주주의가 확립된다. 경제적 총량의 성장 둔화에 대한 두려움 못지 않게 분배 문제를고민해야 하는 이유는 분배의 악화가 정서적ㆍ심리적 양극화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민주화를 성취했으나 평등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요원해진다. 추구할 지향에 대한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기본 프레임으로 작동한다.

부정적 측면의 안보 변수가 아니더라도 한국사회, 한반도의 남북 변수는 중대하고 거대하다. 이에 대한 관리와 통제가 어떠한 층위에서 이루어질지와 사회적 합의의 민주적 도출 여부는 안보 논리가 ‘대박’이 되느냐 ‘쪽박’이 되느냐를 결정지을 것이다. 유형에 대한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다양하게 진화하는 안보 요인은 태풍처럼 한국사회를 할퀴기도 하고 토양을 기름지게도 할 것이다. 안보 변수에 대한 건강한 관리가 절실하다. 북한은 여전히 한국정치에 ‘위험’한 변수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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