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판교점 잠실구장 7배, 쇼핑·엔터테인먼트 어우러진 공간
신세계, 동대구환승센터점 착공 교통허브 랜드마크로 성장 전략
유통 채널의 중심이 대형마트와 면세점에서 모바일로 옮겨가면서 과거‘유통의 꽃’이던 백화점들이 살아남기 위해 다채로운 변신을 꾀하고 있다. 백화점들은 과거에 동종업체 간 경쟁을 벌였으나 이제는 다른 분야의 장점을 결합한 초대형 하이브리드 복합 몰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여기에 쇼핑은 물론 테마파크와 영화관 등 생활ㆍ문화공간에 엔터테인먼트가 어우러진 복합 리테일테인먼트(Retail+ Entertainment) 요소가 강화되면서 기존 백화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있다.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곳이 지난 주말 문을 연 경기 성남의 현대백화점 판교점이다. 23일 이곳은 방문객들의 차량행렬이 건물 전체를 애워쌀 만큼 크게 붐볐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주말 방문객 수만 65만명에 이른다.
지하 7층, 지상 13층 건물인 이 곳의 영업면적은 9만2,578㎡(2만8,000평)로 서울 잠실 야구장 7배 크기다. 현대백화점 측은 이 공간을 루이비통과 구찌 등 83개 명품업체부터 유니클로 등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와 온라인 제품 스타일난다까지 다양한 900여개 브랜드로 채웠다.
특히 가장 많은 사람들로 붐빈 축구장 2배 크기의 식품관은 국내 최대 규모에 걸맞게 다른 곳에 없는 이탈리아 프리미엄 식재료 ‘이탈리’와 매그놀리아 등 글로벌 식음료점들이 포진했다. 삼진어묵과 백종원 등 스타 요리사들의 매장까지 둥지를 틀었다.
식품관을 크게 만든 까닭이 있다. 일본에서는 3년 전부터 백화점 식품 매출이 패션을 넘어설 정도로 백화점 이용자들의 취향이 바뀌고 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도 이를 염두에 뒀다.
여기에 아이맥스 영화관을 비롯해 회전목마 시설과 어린이책 미술관 등 다양한 생활ㆍ문화공간이 어우러져 세계 최대 규모인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점 테마파크 주라지와 같은 가족적 분위기를 조성한다. 서용구 한국유통학회 회장(숙명여대 교수)은 “백화점의 미래는 온라인 구매에서 찾을 수 없는 체험과 즐거움을 동시에 줄 수 있는 쇼핑, 문화, 생활공간으로 진화해 가는 것”이라며 “하루에 5시간 동안 즐길 수 있는 해외의 복합 몰 형태의 리테일테인먼트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화점의 또 다른 미래는 버스ㆍ기차ㆍ자동차 등이 만나는 ‘교통 허브’가 꼽힌다. 최근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딴 신라 면세점이 서울 용산역을 근거로 삼아 국내외 관광객들을 모두 아우르는 전략을 펴고 있다. 백화점들도 유동인구가 몰리는 전국 사통팔달의 교통요지에 대형 몰 형태로 지어 지역 랜드마크로 성장시키는 전략을 추진한다. 일본 나고야 등에서도 교통허브에 세운 백화점들이 상권을 변모시키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신세계는 국내 최초 민자 복합환승센터인 동대구복합환승센터에 초대형 도심 복합쇼핑몰을 현재 착공 중이다. 신세계는 이 곳을 패션과 엔터테인먼트, 패밀리 테마파크 등 유통문화시설을 결합해 대구ㆍ경북지역의 랜드마크로 만들 계획이다. 또 신세계는 내년 상반기 김해여객터미널에 총 1만4,000평 규모의 복합 몰인 신세계 김해점을 개점한다. 서 회장은 “백화점들이 유통구조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지만 아직까지도 오프라인에서 확대할 영역이 얼마든지 있다”며 “온-오프라인 유통에 대한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전략이 앞으로 백화점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학만 선임기자 trend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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