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반대로 850억짜리 공사만 하청
배, 반발한 임원에 5000만원 입막음
정준양(67) 전 포스코그룹 회장이 동양종합건설에 3,000억원대 공사수주 특혜를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동양종건의 공사 수행능력이 없다며 직원들이 반발하자 이를 850억원대로 수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성로(60) 전 동양종건 회장이 반발하는 포스코건설 임원에게 입막음조로 5,000만원을 건넨 사실도 드러났다.
24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포스코 임원들로부터 “정 전 회장이 ‘3,000억원짜리 인도사업을 배 전 회장 측에 통째로 주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3,000억원대 사업은 포스코와 포스코건설의 공동 발주로 2010년 시작된 인도 마하라슈트라주(州) CGL(아연도금강판) 생산 플랜트 건설공사다. 동양종건은 정 전 회장 취임(2009년 2월) 이전에는 포스코건설의 국내 공사만 하청받아, 해외 공사 경험은 전무했다. 때문에 당시 포스코건설 플랜트사업본부장 K씨 등 일부 임원들은 정 전 회장의 지시에 강하게 반대했고, 결국 동양종건은 850억원대의 토목 공사만 수주했다. 검찰은 이러한 내용이 담긴 포스코 내부 보고서를 확보하고 K씨 등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했다. K씨는 검찰에서 배 전 회장이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5,000만원을 건넸고 수개월 뒤 돌려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배 전 회장에게 ‘특혜’를 제공한 정황이 뚜렷하다고 보고, 그에게 배임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이르면 이달 말쯤 정 전 회장을 피의자로 불러 조사한 뒤 포스코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동양종건은 정준양 회장 체제 포스코에서 인도네시아ㆍ브라질 일관제철소 공사 등 굵직한 해외 사업 10여건을 수주해 사세를 급속히 확장시켰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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