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넘어 첫 직장을 구했고 도전 끝에 미국 연방정부 정규직 공무원으로 펜타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열정이 있으면 기회는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경남 통영에서 26일부터 열리는 제15회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미 육군사령부 예산분석가 장혜숙(58)씨는 24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행사는 여성가족부가 해외 한인여성들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해마다 열고 있다.
세 아이의 엄마로 뒤늦게 사회에 진출한 장씨는 미국사회에서 공무원이 되기 위해 한 곳에 100통 넘게 이력서를 보낸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1998년 미국인 남편을 따라 독일로 갔고 독일에 있는 미 육군사령부에 지원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답이 오지 않았다. 언젠가는 기억해줄 것이란 심정으로 여러 차례 보냈더니 1년 뒤에야 연락이 오더라.” 그렇게 2003년 독일 미 육군사령부 군무원이 됐고, 2009년에 미국으로 돌아와 미 국방부에서 무기 구매 부문 예산분석가로 일하고 있다.
45세에 5급으로 군무원 생활을 시작한 장씨는 현재 전체 15급 가운데 최상위에서 두 번째 아래인 13급 공무원이다. 진급 속도도 이례적이었다. 그는“펜타곤은 회의가 많은데 처음에는 영어를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며 “친절한 동료를 찾아가 내용을 이해할 때까지 묻곤 했다”며 숨은 노력을 이야기했다. 2년 간 공부한 끝에 올 초에는 미 국무부에서 인증하는 재무관리자 자격증(CDFM)도 땄다고 한다. 장씨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꿈을 포기하지 말고 목표를 향해 한 발짝씩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흘 간 여는 이번 행사 첫 날 ‘광복 70년 특별세션’에서는 1930년대 10대로 항일독립운동에 투신했던 오희옥 지사가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둘째 날에는 대회에 참가한 국내외 한인 여성 500여명이 활동 분야별로 소그룹을 만들어 교류한다.
채지선기자 lem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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