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 통합銀 첫 행장 내정
"입지전적 이력… 신임 두터워"
김병호·김한조 행장은 부행장에
내달 1일 출범하는 자산규모 290조원의 국내 최대 은행인 하나·외환 통합은행(KEB하나은행)의 초대 선장에 함영주(사진) 하나은행 충청영업그룹 부행장이 내정됐다. 그간 거론되던 유력 후보가 아닌 ‘깜짝 발탁’인데다, 과거 하나은행의 피인수은행(서울은행) 출신에 상고 출신 말단 행원에서 행장까지 오른 함 내정자의 입지전적 경력이 앞으로 국내 최대 은행 경영에 어떻게 작용할 지 주목된다.
하나금융그룹은 24일 KEB하나은행장 후보 추천위원회를 열어 함 부행장을 단독통합은행장 후보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함 내정자는 이날 열린 통합추진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김정태 하나금융그룹회장과 김인배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박문규 에이제이 회장, 윤종남 법률사무소 청평 대표변호사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심의 결과 단독후보에 추천됐다. 이어 열린 이사회 승인까지 완료해 다음달 1일 개최되는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되면 곧바로 취임할 예정이다.
함 내정자의 발탁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깜짝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통합은행장 경쟁은 김병호 하나은행장과 김한조 외환은행장의 2파전이 유력했다.
함 내정자가 두 현직 은행장을 제친 것은 외환은행 노조와의 극심한 갈등을 겪은 그간의 통합 과정에서 한발 떨어져 있어 앞으로 두 은행의 융합에 부담이 적을 것이란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임추위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한 KEB하나은행의 화학적 결합을 통한 시너지 증대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두고 후보를 심의했다”면서 “어려운 금융환경 속에서 조직 내 두터운 신망과 소통 능력을 가진 함 후보가 시너지를 증대시킬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함 내정자는 입지전적인 개인 이력으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1956년 충남 부여군 은산면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그는 논산 소재 강경상고를 나와 서울은행에 입행했고, 이후 주경야독으로 단국대 회계학과를 졸업했다. ‘시골 촌놈’이란 그의 별명도 이런 출신배경에서 비롯됐다.
함 내정자의 최대 강점은 뛰어난 영업력과 친화력. 서울은행에서 수지지점장을 거쳐 하나은행에 인수된 뒤, 하나은행 분당중앙지점장, 영업전략과 실행을 총괄하는 가계영업추진부장 등을 두루 거쳤다. 이 과정에서 영업 능력을 인정받아 남부지역본부장, 전무, 충청영업그룹 대표(부행장)를 역임했고 이번에 은행장까지 오르게 됐다.
2013년엔 충청영업그룹을 전국 실적 1위로 끌어올렸고, 당시 직원 1,000여명의 이름과 생일, 개인별 애로사항까지 일일이 기억해 주변의 놀라움을 사기도 했다. 그는 “통합은행의 핵심 과제가 영업력 강화인데, 그간의 영업 경험이 장점으로 작용한 것 같다”며 “피인수은행 출신이란 점도 앞으로 하나ㆍ외환 통합에 적임자로 봐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김병호 하나은행장과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그룹 부회장을 맡아 국·내외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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