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 항진증으로 평소 자주 병원을 찾는 주부 유수민(53)씨는 1~2년에 한 번 꼴로 실손의료보험금을 청구한다. 보험금을 청구하려면 챙겨야 할 서류가 워낙 많다 보니 평소에 서류를 모아뒀다가 한꺼번에 정산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유씨도 금액이 크지 않은 영수증은 굳이 챙기지 않는다. 유씨는 “자잘한 영수증을 일일이 모아 집에 쌓아놓는 것도 일”이라며 “그런 건 아예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씨처럼 보험금 청구 절차가 번거롭고 청구금액이 소액인 경우 서류준비 부담 등으로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사례가 앞으로는 줄어들 전망이다. 그간 실손의료보험 중복가입시 보상방식에 대한 안내미흡 등으로 중복가입자에게 지급되지 않은 자기부담금도 돌려받게 된다. 지급 대상 건수 및 금액만 각각 70만건, 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권익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실손의료보험 표준화가 시행된 2009년 10월 이후 현재까지 실손의료보험 중복가입자에게 지급하지 않았던 자기부담금을 지급해야 한다. 당시 금융당국은 실손의료보험 가입자의 과잉 진료를 막고자 의료비 10%를 가입자가 부담하도록 했다. 그러자 보험사들은 약관상 자기부담금 10% 공제 규정이 명확하지 않았음에도 일제히 자기부담금을 공제한 채 보험금을 지급했다.
금감원은 약관의 뜻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계약자에게 유리하게 해석돼야 한다는 ‘작성자 불이익원칙’에 따라 2009년 10월부터 현재까지 미지급 자기 부담금을 일괄적으로 지급하도록 했다. 다만 자기부담금 도입 취지 등을 고려해 앞으로는 중복가입자에게도 자기부담금을 공제하고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연내에 약관을 개정할 예정이다.
실손의료보험 청구 절차도 대폭 간소화된다. 기존에는 가입자가 병원에서 받은 영수증을 팩스, 우편, 방문 등을 통해 보험사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병원과 보험사를 연결하는 전산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입자가 병원에서 바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병원이 보험금 청구서와 진료기록 사본 등 보험금 청구데이터를 보험사에 보내는 방식이다.
퇴원시 처방 받은 약제비는 앞으로 일괄적으로 입원의료비에 포함된다. 그간 퇴원시 약제비에 대한 보상처리방식이 보험사별로 상이해 발생했던 보험금 분쟁을 막기 위해서다. 이는 입원의료비 보상한도가 최고 5,000만원이고 통원의료비는 1회당 최고 3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고가 약제비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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