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적 베껴쓰기로 단정 못해" 신경숙 사태 다시 기름 붓는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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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 베껴쓰기로 단정 못해" 신경숙 사태 다시 기름 붓는 창비

입력
2015.08.2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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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서 연세대 사학과 교수.

창작과비평이 편집주간 백영서 연세대 사학과 교수의 가을호 권두언과 긴급기획을 통해 신경숙 표절 사태를 언급, “유사성이 발견”되나 “의도적 베껴쓰기로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6월 16일 소설가 이응준씨가 신씨의 소설 ‘전설’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표절했다고 폭로한 이후 두 달 만에 창비가 편집위원들의 뜻을 모아서 권두언의 형식으로 낸 공식입장이다. 하지만 표절에 대해 출판사의 책임을 통감하거나 건설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방어와 변명에 그쳐 여러모로 미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백 주간은 논란 당시 연구년을 맞아 해외에서 강의 중이었다며 문학출판부가 내부 논의 없이 표절을 부인하는 입장문을 발표, 독자에게 심려를 끼친 점을 사과했다. 그는 “신경숙의 해당 작품에서 표절 논란을 자초하기에 충분한 문자적 유사성이 발견된다는 사실에 합의”했다면서 “하지만 동시에 그런 유사성을 의도적 베껴쓰기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넓은 의미의 표절이라는 점이라도 신속하게 시인하고” 토론을 제의해야 했으나 “단죄하는 분위기”에서 무슨 말을 해도 비난을 키울 수밖에 없어 묵언을 택했다고 해명했다.

신경숙

문학권력 비판에 대해서도 방어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문학권력이 “일정한 자원과 권위를 가진 출판사가 유수한 잡지를 생산하는 하부구조로 기능함을 의미한다면 창비를 문학권력이라 불러도 무방”하다며 그러나 창간호 권두논문에서 밝힌 ‘창조와 저항의 거점’이라는 공공적 가치의 실현이 여전히 창비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또 “공공성을 지속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물적 기반을 갖추는 것이 필요”했다는 말로 창비에 쏟아진 상업주의 비난을 설명했다.

백 주간의 모호한 입장과 더불어, 윤지관 덕성여대 영문과 교수의 글이 ‘긴급기획’에 포함된 것은 논란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윤 교수는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한국작가회의 홈페이지에 여러 편의 글을 올려 신씨가 표절한 것이 아니라 “(일부를) 차용해서 전혀 다른 작품으로 ‘다시 쓰기’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위대한 작가와 표절작가를 구별 짓는 기준은 결국 그 작가가 얼마나 독자적인 자기세계를 작품을 통해서 이룩했냐”라며 “신씨는 차용한 것을 창조적으로 활용하고 자신의 작품의 맥락 속에 녹여냄으로써 작가로서의 뛰어난 재능을 보여줬다”고 옹호했다. 또 “작가가 여론재판에 의해 상습적인 표절작가로 단죄되면서 혹독한 고통을 겪어왔음에도 절필까지 요구하는 것은 경미한 교통질서 위반에 사형선고를 내리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긴급기획’의 다른 글 두 편은 외부 토론회에서 정은경, 김대성 문학평론가의 발제문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백 주간의 글에 대해 한 문학평론가는 “변명과 방어만 할 게 아니라 내부 편집위원 좌담 등을 통해 이번 사태를 진지하게 고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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