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199원… 5년여 만에 최고
日·필리핀 등 아시아 증시 동반 하락
24일 우리 증시에 또 다시 휘몰아친 ‘차이나 쇼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건 외국인 투자자들이었다. 여름 들어 조금씩 매도세를 키워오던 외국인들은 이날 하루 기준으론 2년2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순매도 공세를 펼쳤다. 시장에선 ‘코리아 엑서더스(대탈출)’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지난주 말보다 2.47%(46.26포인트) 떨어진 1,829.81로 마감, 2013년 7월10일 이후 2년 만에 처음으로 1,83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하락을 주도한 건 7,282억원 규모의 외국인 순매도 공세. 하루 기준으로 올 들어 최대이자 2013년 6월21일(8,009억원) 이후 2년2개월여만의 최대치였다. 외인들의 투매는 이날 개인(2,973억원) 및 기관(4,006억원)의 매수세를 압도했다.
덕분에 외국인 비중이 높은 대형주들이 된서리를 맞았다. 3년7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삼성전자(-2.00%)를 비롯, 현대차(-2.40%), 한국전력(-3.64%) 등 시총 상위 10개 종목이 일제히 하락했다. 코스닥 역시 외국인(72억원)과 개인(132억원)이 매물을 쏟아내며 2.19%(13.72포인트) 하락한 613.33을 기록했다. 지난 2월9일 이후 최저치다.
아시아 증시도 일본 닛케이지수(-4.6%)가 2013년 6월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며 올해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고 대만(-4.8%), 필리핀(-7.2%), 인도네시아(-4.6%)도 급락을 면치 못했다.
최근 들어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3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벌이며 한국 증시에서 빠르게 발을 빼는 모습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신흥국 투자 비중을 줄이는 와중에 중국시장 불안이 가중되자 대중 의존도가 높은 한국 투자분을 우선적으로 정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미국 금융전문지 배런스는 “골드만삭스가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시장비중’으로 하향 조정했다”고 보도했다.
외국인 탈출 러시는 최근 가파른 하락세인 원화 가치와 악순환 고리를 이뤄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200원을 찍는 급등세를 보이며 5년 1개월 만에 최고치인 1,199원으로 마감했다. 한국의 부도위험 지표인 신용부도스왑(CDS)프리미엄도 전날보다 10bp가량 치솟아 80bp대로 올라섰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