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이 또 한 번 음원차트를 뒤흔들고 있다.
2년마다 열리는 '무도가요제'는 올해 '2015 영동고속도로 가요제'로 간판을 내걸었고 벌어진 현상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22일 방송 직후 발매된 음원은 각종 실시간·일간 차트를 휩쓸고 있다.
2007년 '강변북로 가요제'로 작게 시작한 '무한도전'의 이같은 포맷은 회를 거듭할수록 뜨거운 반응을 낳고 있다. '올림픽대로 가요제'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 '자유로 가요제' 등으로 이어진 '흥행불패' 신화를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에서도 써내려갔다.
때마다 반칙이라고 외치던 가요 종사자들의 불평도 조금씩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다.
■ 예상했잖아
차트 파워가 가장 세다고 평가받는 빅뱅이나 엑소 등도 앨범을 발매하면 수록곡 1~2곡쯤은 순위권에서 다소 떨어지기 마련이다.
'무도 가요제'의 음원은 이 같은 빈틈도 없었다. 새로 공개된 여섯 곡은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에서 이틀간 실시간 차트 1위부터 6위까지 독식했다.
박명수 아이유(이유갓지않은이유)의 '레옹'과 황광희 태양 지드래곤(황태지)의 '맙소사'가 1위를 다투고 있는 가운데 하하 자이언티(으뜨거따시)의 '스폰서', 정형돈 혁오(오대천왕)의 '멋진헛간', 유재석 박진영(댄싱게놈)의 '아임 소 섹시', 정준하 윤상(상주나)의 '마이 라이프' 등이 뒤를 견고히 받치고 있다.
지니, 올레뮤직, 벅스, 엠넷닷컴 등 멜론 이외의 음원사이트 역시 사정은 같다. 순위는 조금씩 다르지만 1위부터 6위까지 모두 '무한도전-영동고속도로 가요제'를 통해 공개됐던 노래들이다.
이러한 결과는 방송 전부터 일정 부분 예견됐다. 지난 8년간 네 차례 펼쳐진 '무도 가요제' 때마다 차트 줄세우기는 빠짐 없이 벌어졌다. 더욱이 이번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에선 각 멤버들의 팀 결성 무렵부터 음원차트에서 예열을 가했다. 밴드 혁오가 출연하자마자 주목 받더니 과거 발표했던 곡들이 차례로 차트 상위권을 휩쓸며 역주행했다.
공연 당일인 지난 13일 강원도 평창의 알펜시아 리조트 주변은 대형 록페스티벌 이상의 풍경을 자아냈다. 휴가철이라지만 평일인데도 4만명이 북새통을 이뤘다. 좋은 자리를 위해 이틀 전부터 야영을 시작한 이들도 있었다.
한강에 운동하러 나온 시민들을 붙잡느라 바빴던 8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외형을 갖췄고, 이는 차트 성적으로 가감없이 반영됐다.
■ 포기했잖아
'무도 가요제'는 매번 흥행하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공존해왔다. 열릴 때마다 음반 제작자들에게 큰 원성을 샀다. 가장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1개월 넘게 곡 작업 과정을 조명하고 음원까지 발매하니 가요계에선 '반칙 마케팅'이라는 시선이 존재했다.
2년 전만 해도 음반 제작자들이 모인 단체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는 "대형 미디어가 음원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것은 대기업의 문어발식 경영과 다르지 않다"며 "이벤트성 음원들이 차트를 독식하면서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음반을 발표한 뮤지션들이 타격을 입는다"고 날을 세웠다.
하지만 올해의 풍경은 달랐다. 제작자들은 예전처럼 공격적인 반응 대신 겸허히 제 갈 길을 추구하는 분위기다.
SG워너비는 4년 만에 내놓는 새 앨범 발매일을 굳이 당기거나 미루지 않았다. 대표 섹시 아이콘으로 떠오른 포미닛의 현아도 '무도 가요제'를 의식하지 않고 앨범 일정을 계획대로 진행했다. 소녀시대 역시 신곡 '라이온 하트'와 '유 싱크'로 활동을 재개했다.
한 음반 제작자는 "방송을 통한 음원 발매 형태를 거스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무도 가요제'가 시작한 방식이지만 지금은 유사한 형태로 널리 보편화 됐다"며 "노골적인 마케팅 방식이 여전히 얄밉기는 하지만 개선되지 않는 부분을 붙들고 있어봤자 남는 게 무엇이겠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무한도전'은 가요제 때마다 커지는 제작자들의 원성에도 흔들림 없는 자세를 유지했다. 2년 뒤 어김없이 가요제 포맷으로 새 음원을 내놓았다. 이번에는 오히려 3대 음반사로 꼽히는 JYP엔터테인먼트의 대표 프로듀서 박진영까지 끌어들였다. 2017년 또 새로운 가요제를 예고하기도 했다.
또 다른 가요 관계자는 "과거 음원 스트리밍 수익 분배가 정해진 매출 안에서 점유율에 따라 결정될 때에는 원성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이제 듣는 만큼 분배(종량제)되는 만큼 '그들은 그들대로 우리는 우리대로'라는 정서가 퍼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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