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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의 눈물, 15년 흘린 땀보다 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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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의 눈물, 15년 흘린 땀보다 진했다

입력
2015.08.2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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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나는 좀 지쳐있어…'

'HELLO 가끔은 너무 아파…'

'시간은 언제나 흘러간다고 괜찮을 거라고…'

(8집 수록곡 '헬로', 보아 자작곡)

마지막 앵콜곡 '헬로'를 부르던 보아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참아보려 애를 쓸수록 눈물샘은 더욱 자극 받았다. 자그마한 얼굴을 적시던 땀 위에 눈물이 금세 뒤덮었다. 어느덧 15년, 수없이 많이 흘렸던 땀 그리고 셀 수 없이 참아왔을 눈물이 공존하는 순간이었다.

보아의 데뷔 15주년 단독 콘서트 '나우니스(NOWNESS)'가 열린 23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막이 오르기 전부터 보아의 이번 공연은 장소가 주는 의미로 떠들썩했다. '국민 가수'의 징표로 여겨지는 세종문화회관 입성이었고 여자 아이돌, 20대 여가수로는 최초의 일이었다.

장소의 의미는 오래가지 않았다. 공연이 끝난 뒤에 관객의 머릿속에는 '보아의 15년'이 더 큰 여운으로 남을 법했다. 그만큼 150분 가까이 펼쳐진 공연은 보아의 인생극장을 방불케 했다.

2000년 발표된 데뷔곡 '아이디 피스 비'를 비롯해 '아틀란티스 소녀' '넘버원' '걸스온탑' '온리원' '키스 마이 립스' 등 보아의 전성시대와 현재를 설명하는 무대가 총망라됐다. 라이브 밴드의 묵직한 중량감은 10여년 전 발표곡도 심장을 울리는 사운드로 재탄생 시켰다.

때마다 적절히 활용된 영상은 관객의 감성을 더욱 자극했다. '아이디 피스 비'에 맞춰 춤을 추는 15년 전 보아를 현재의 보아가 바라보는 장면이 그랬다.

흐뭇하게 바라보던 보아가 자리를 떠나자 안에 있던 소녀는 고개를 돌려 창문 쪽으로 달려온다. 생머리를 흩날리며 해맑게 웃는다. 어린 보아인줄 알았지만 예전 스타일을 입힌 지금의 보아였다. 여전히 자신에게 주어진 작은 공간, 과거의 나를 바라보는듯 했지만 현재와 맞닿는 상황을 은유적으로 풀어낸 셈이다.

이는 공연 타이틀인 '나우니스'와도 통했다. 15년 전 곡일지라도 현재의 모습으로 해석하고 공유하고 싶다는 보아의 바람을 공연명에 담았다. 이러한 정서는 무대에서도 이어졌다. SM엔터테인먼트 안무 디렉터 심재원이 DJ로 나타나 '사라' '리슨 투 마이 하트' '어메이징 키스' 등을 메들리로 이어갔다. 보아는 수줍어하면서도 후렴구의 춤과 노래를 재현했다. 당시 앳된 모습의 뮤직비디오까지 동시 상영하며 진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추억만 되새겼던 것은 아니다. 마이클잭슨을 연상케 하는 절도 있는 안무, 성숙미를 강조한 퍼포먼스, 때로는 발랄한 무대까지 의상만 일곱 번이나 갈아 입으며 다채로운 색깔을 보여줬다.

마지막 무대에서 보아의 눈물을 본 관객들은 조명이 꺼졌어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앵콜 무대까지 모든 레퍼토리가 끝났지만 돌아가지 않았다. 연신 보아의 이름만 외쳤다.

다시 조명이 켜지고 무대 위에 나타난 보아는 "사실 몸이 너무 안좋았다. 공연장에 들어오면서도 체력 저하 때문에 무대에 오를 수 있을까 걱정했다. 막상 무대 올라가니 관객으로부터 받는 기운 덕분에 말짱해졌다. 한 달간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이렇게 멋지게 즐겨줘서 그동안 흘린 땀이 헛되지 않았구나 뿌듯하다"며 객석을 향해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보통의 가수들이 데뷔 10년, 20년을 기념할 때 보아는 15주년에 공을 들였다. 어중간한 숫자로 여겨질 수 있지만 보아에겐 그 어떤 의미보다 뜻깊다. 한국 나이 셈법으로 15살에 데뷔해 15년간 댄싱퀸으로 군림했다. 그러는 사이 맞이한 서른 살. 어찌보면 보아의 데뷔 15주년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출발선과도 같았다.

이날 공연에서 보아가 남긴 마지막 한마디. 새 출발을 알리는 첫 인사이기도 했다.

"30대 보아도 귀여워 해줄 거죠?"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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