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구조개혁의 일환으로 대중교통이나 도보로 출ㆍ퇴근하다가 다쳐도 산재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고용노동부는 다음 달까지 노동계ㆍ경영계와 집중 논의해 도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도입될 경우 식당에서 일하다가 퇴근 중 빙판길에 넘어져 다치는 바람에 실직했으나 산재 적용이 안 돼 생활고 끝에 두 딸과 함께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과 같은 비극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용부는 노동계ㆍ경영계ㆍ공익위원으로 이뤄진 산재보험 정책전문위원회를 21일 열어 출퇴근 재해의 산재보험 도입 논의를 본격 시작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정연택 충남대 교수가 발제한 ‘산재보험에 의한 출퇴근 재해 보상방안’에 따르면 출퇴근 산재보험 인정은 저소득 노동자가 많이 이용하는 지하철ㆍ자전거ㆍ택시ㆍ도보부터 우선 도입되고, 2단계로 승용차ㆍ승합차ㆍ화물차 등에 적용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산재보험금 지급은 시행 첫 해에 3,555억~4,546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산출됐다. 피해자가 자동차보험과 산재보험에서 보험금을 모두 받는 중복 지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여러 방안이 검토됐는데, ▦자동차보험에서 우선 보상하고 나머지 금액을 산재에서 주는 방안은 3,555억원 ▦산재를 담당하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자동차보험으로 받을 금액을 미리 산정 후 차액을 주는 방안은 4,546억원 ▦지급 비율을 정해 자동차보험과 분담하는 방안은 4,348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후 수급자 증가, 보험금 상승으로 매년 금액이 증가해 15년차에는 6,647억∼8,129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2013년 보험개발원이 추산한 출퇴근 재해 피해 발생자 수는 7만503명이다.
노길준 고용부 산재보상정책과장은 “두 번째 방안의 경우 지급방식은 첫 번째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민간에서 주로 맡는 자동차보험 금액 산정을 근로복지공단이 담당할 경우 인력 증가 등 행정비용이 추가돼 1,000억원가량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연내에 출퇴근 재해도 산재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기업은 재원 마련을 위한 산재보험료율 인상 등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 실제 시행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현재는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에 한해 산재로 인정하고 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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