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진(天津) 대형 폭발 사고가 수습되기도 전에 다시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중국 산둥(山東)성에서 발생했다. 23일 중국 신화통신과 산둥성 현지 언론인 제노만보(齊魯晩報) 등의 보도에 따르면 22일 오후 8시40분(현지시간) 산둥성 쯔보(淄博)시 헝타이(桓臺)현의 한 화학공장에서 폭발이 일어나 1명이 사망하고 최소 9명이 다쳤다. 사고가 일어난 공장은 룬싱(潤興)화학공업이 운영하는 곳으로 화학물질인 아디포나이트릴을 생산해왔다. 달콤한 냄새가 나는 무색의 아디포나이트릴은 열이 가해지면 분해되면서 유독가스를 배출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신화 등에 따르면 폭발의 진동은 공장으로부터 반경 2~5㎞내의 주민이 느낄 정도로 강력했으며 공장은 전소됐고 인근 가옥의 유리창들이 파손되는 등 피해가 컸다. 언론들은 “공장 주변 대기 중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질이 떠다니고 있다”고 전하며 톈진 사고와 마찬가지로 화학물질 유출에 의한 2차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어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룬싱 공장과 같은 시설이 법으로 금지되는 거주지역 1㎞ 안에까지 들어선 채 운영되고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당국의 허술한 규제를 비판하기도 했다. AP통신도 “정경유착으로 몸살을 앓는 중국 당국의 역량에 대한 우려가 증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잇따른 폭발사고들을 ‘중국의 부정부패가 빚어낸 사고’로 규정하며 거주지 인근에 불법적으로 자리잡은 유독물질 저장 창고들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CSM은 “안전규제 위반을 묵과해준 덕분에 민가 주변을 둘러싼 위험물질 보관 시설이 또 다른 사고를 부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독가스가 바람을 타고 날아와 국내에 피해를 입힐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우리 정부는 보고 있다. 환경부는 23일 “사고 지점에는 25일까지 북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며 “풍향 등 기상 상황을 고려할 때 오염물질의 국내 유입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한편 톈진시 빈하이신구 정부는 23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12일 물류창고 폭발사고로 발생한 희생자가 123명으로 늘었고 실종자는 5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특히 희생자 및 실종자 중에는 각각 70명, 34명의 소방관이 포함돼 이번 폭발사고가 신중국 건국 이후 최악의 소방관 참사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시 당국은 또 현재 병원에서 624명이 입원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중 12명은 위중한 상태라고 전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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