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요”. 남편이 31세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뜨자 뱃속에 아이를 품은 부인은 머리카락으로 미투리를 삼아 애절한 편지와 함께 관속에 넣었다. 경북 안동댐 하류 월영교 부근에 조성한 ‘원이 엄마’ 테마 길은 그렇게 ‘조선판 사랑과 영혼’을 세상에 알리고 있다. 어느 관광지나 비슷한 기념품에 식상하기 마련이지만 이곳에선 상상력이 지나쳐 도리어 빈곤해 보인다. 상사병(相思甁)을 자물쇠로 채워 걸 수 있도록 설치한 철제 펜스, 진한 원색계열의 조잡하고 장난스런 물병이 원이 엄마의 애틋하고 깊은 사랑을 모욕하는 것 같아 오히려 불편하다.
멀티미디어부 차장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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