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ㆍ투자유치 정책 변화 불만
기자회견 열고 '사업 위기' 주장
해외자본 난개발 논란키워 역효과
제주도가 개발과 투자유치 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수정에 나서자 외국인 투자기업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들 외투기업들은 심지어 사업을 철수하겠다는 등의 으름장을 놓고 있어 도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23일 도에 따르면 원희룡 도지사는 지난해 7월 취임과 동시에 무분별한 개발사업과 투자유치에 대한 새로운 원칙을 수립하겠다고 밝히는 등 대폭적인 정책 변화를 예고했다.
이에 따라 도는 중국 등 해외자본을 중심으로 대규모 개발사업들이 잇따라 추진되면서 중산간 지역을 비롯해 생태계의 보고의 곶자왈, 오름 등 제주 환경자원들이 훼손 위기를 맞으면서 ‘묻지마’ 투자유치에서 개발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정책들을 수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정책이 ‘중산간 개발 제한 가이드라인’이다. 도는 지난 5일자로 도내 환경자산 보전 및 중산간 보호를 위한 ‘도시지역 외 지역에서의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제한지역’을 고시, 이날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 고시 시행으로 사실상 중산간 지역에서 3만㎡ 이상 규모의 개발사업 자체가 제한된다.
또 그 동안 중국 자본 유치에 크게 기여 했던 부동산 투자이민제도가 중국인의 과도한 토지 잠식과 난개발 논란 등 많은 부작용이 발생함에 따라 제도 적용 지역을 관광지ㆍ관광단지로 한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부동산 투자이민제는 외국인이 휴양콘도 등 휴양 체류시설에 5억원 이상을 투자하면 국내 거주비자를 주고, 이로부터 5년이 지나면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특히 원 지사 취임 이후 해외자본이 추진하는 제주신화역사공원 내 ‘리조트월드 제주’와 제주시 노형동 드림타워 조성사업은 실제 진행 과정에서 제동이 걸렸다. 드림타워 조성사업은 56층 초고층 건축물에서 38층으로 층수를 낮춰서 변경 사업승인을 받았고, 신화역사공원은 카지노 논란으로 기공식이 6개월 이상 늦춰졌다.
이처럼 원 지사가 개발사업과 투자유치와 관련해 이전 도지사들과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고, 해외자본 투자에 따른 난개발 등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계속 높아지자 현재 제주지역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기업들이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나섰다.
도내 9개 외국인 투자기업들로 구성된 제주외국인투자기업협의회는 지난 21일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제주도의 정책 변화 때문에 사업이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서를 통해 “제주도의 투자유치 정책에 따라 부지를 매입한 이후 계속 변화되는 정책과 왜곡된 여론,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대 등으로 사업이 위기를 맡고 있다”며 “중국 자본은 이미 제주도를 떠나기 시작했고, 중국경제의 연착륙, 제주도 투자정책의 변화 등의 대내외적 원인으로 추가 부동산 개발 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개발사업을 위해 사들인 땅을 투자 금액에 팔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제주에서 철수하겠다”는 압박성 발언까지 내놨다.
하지만 도가 수정한 정책으로 인해 신규 개발사업이 아닌 기존 사업들인 경우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 외투기업들의 입장 표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해외자본의 난개발 논란만 더 키우는 등의 역효과가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도 관계자는 “제주도의 투자유치 정책에 변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 개발사업을 진행 중인 기업들에게는 별다른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기자회견을 갖은 외국인투자기업들이 의도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김영헌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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