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하고 개성있는 캐릭터 벗고 평범한 사랑 연기에 도전
"예쁘기만 한 비현실적 역할보다 나이에 맞는 멜로 하고 싶어요"

무술감독을 꿈꾸는 스턴트우먼(‘시크릿가든’ 2010)부터 북한 특수부대 장교(‘더킹 투하츠’ 2012), 남장을 하며 살아온 고려 원나라 황후(‘기황후’ 2014)까지. 액션이 되는 몇 안 되는 여배우 하지원(38). 그만큼 강렬하고 개성 뚜렷한 캐릭터를 소화해 왔다. 하지만 30대 후반이 된 지금 그는 평범한 사랑 연기를 갈구했다. SBS 주말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에서 사랑 때문에 울고 웃는 커리어우먼 오하나 역을 선택한 것이 이 때문이다.
“판타지 같은 극적인 사랑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하지만 밝고 경쾌한 사랑을 연기하고 싶었어요.썸도 타고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도 있는 요즘 여자로 살고 싶었던 거죠.”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하지원은 “평소 좋아하던 사과머리도 하고 예쁜 옷도 실컷 입는 회사원 오하나로 행복한 3개월을 보냈다”며 웃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시청자들은 그의 선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16일 종영한 ‘너를 사랑한 시간’은 5~6%대의 다소 저조한 시청률로 끝났다. 역시 몸을 굴리지 않는 멜로 연기는 하지원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 걸까. 그도 “온 몸에 흙 묻히고 찢어지게 가난한 하지원에 익숙해 있다가 남자배우와 알콩달콩 사랑하는 예쁜 하지원이 시청자들에겐 낯설었던 것 같다”고 진단한다.
그래도 “시청자들이 점점 적응하지 않을까”라며 멜로 연기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았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우여곡절을 경험하고서 더 깊은 인생과 사랑을 이야기할 수 있다”며 “40대를 거치고 50대가 되어도 그 나이에 맞는 멜로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원이 꿈꾸는 것은 영화 ‘맘마미아’의 50대 메릴 스트립처럼 멜빵 바지를 입고 유쾌하지만 설레는 로맨스의 주인공이 되는 것. 그는 “언제까지 주름살 없고 예쁘기만 한 비현실적인 역할을 할 수만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털어놨다.
청소년 드라마 ‘신세대 보고서 어른들은 몰라요’로 데뷔한 그는 20년 차 정상급 여배우로 성장했다. 그러면서 성숙하고 깊이 있는 배우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부쩍 커졌다. 드라마에서 고두심의 연기를 보며 배우의 꿈을 키웠다는 그는 “TV를 볼 때마다‘저 분은 도대체 어떤 힘이 있길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까?’란 생각을 한다”며 “선생님의 연기에 소름이 돋고 눈물이 났듯 나도 후배들에게 그런 멋진 선배가 돼야 한다는 생각에 늘 긴장한다”고 말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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