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내년 미국 대선을 조작할만한 능력이 있고 그 결과를 좌우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검색 결과가 유권자의 지지 후보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치며 ‘비밀에 싸인’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에 의해 수백만명이 자신도 모르게 특정 후보를 선호하도록 유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행동기술연구소(AIBR)의 심리학자 로버트 엡슈타인은 “미국 차기 대통령이 TV광고나 연설이 아니라 이젠 구글의 결정에 따라 선출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CNN머니 등이 20일 전했다. 엡슈타인의 주장은 검색 결과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인도와 미국 등에서 4,500여명을 대상으로 다섯 차례 실험한 결과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도 게재됐다.
연구진은 지난해 인도 총선 때 부동층 유권자 수천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3개 그룹으로 나눈 뒤 3명의 후보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고 어느 후보를 신뢰하고 찍을 것인지 물었다. 이후 인터넷으로 각자 주요 후보자 3명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도록 했다. 후보자 이름을 치면 각 30개의 검색결과가 떴다.
그러나 이 검색 결과는 연구진이 조작한 것이었다. 검색 순위 상위 10개까지는 후보에게 긍정적 내용만 담고 있는 링크를 배치하고 하단에 중립적이거나 부정적 내용의 링크를 깔았다. 다만 세 번째 또는 네 번째에는 부정적 내용의 링크를 하나 배치해 믿을만한 검색결과로 보이게 했다. 10여 분 이를 보게 한 뒤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지 물었더니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검색정보를 본 그룹에선 그 후보 지지도가 9.1~26.5% 증가했다.
엡슈타인은 자신이 제기한 ‘검색엔진조작효과’(SEME)의 타당성이 입증됐다며 미국 역대 대선의 절반이 지지율 차이가 7.6% 미만이었고, 2012년엔 3.9%에 불과해 구글 알고리즘 조작으로 나오는 검색결과가 선거에 영향력을 충분히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하 구글은 ‘외부 조작’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1년에 600여 차례 알고리즘을 바꾸고 있다며 엡슈타인의 주장을 일축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