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피하고 보자" 대거 투매
코스닥지수 닷새간 14.3% 폭락
北 충격은 단기에 그칠 수 있지만
美·中 변수는 해소 기미 안 보여
외국인 투자자 이탈도 이어져
전문가 "불안 지속 가능성 염두에"
미국 금리 인상 우려와 중국 경기 둔화로 직격탄을 맞았던 국내 금융시장이 북한의 포격 도발로 ‘트리플 악재’에 휩싸였다. 주말 사이 무슨 일이 터질 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인 투자자들이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며 대거 투매에 동참했다. ‘9월 위기설’이 제기되는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당분간 금융시장이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불안한 행보를 이어갈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이번 주 5거래일 동안 내리 하락하며 각각 5.4%와 14.3%가 고꾸라졌다. 올 상반기 뜨겁게 달아올랐던 증시 분위기가 급격하게 식어가고 있는 것이다. 내수경제에 충격을 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미국 기준금리 인상론, 기업 실적 부진 등이 잇따라 터진 데 이어 북한 리스크까지 가세하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탓이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주말을 앞둔 금요일 대북 리스크가 터지면서 시장이 더 큰 충격을 받았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공포 분위기는 개인투자자들의 투매로 이어졌다. 그간 외국인이 파는 주식을 받아내며 지수를 방어해온 개인투자자들은 이날 하루 유가증권(코스피)시장에서 5,341억원, 코스닥시장에서 2,046억원을 순매도하며 하락장을 주도했다. 특히 코스닥시장에서의 개인 순매도 규모는 1996년 7월 개장 이후 19년 만에 최대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은 “모든 악재가 다 펼쳐진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어쩔 줄 모르는 상황이 연출됐다”며 “개인 투자자들이 특히 시장을 극단적으로 비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북한보다 중국과 미국의 변수가 더 큰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관련 변수의 충격은 하루 이틀 정도에 해소되고, 불안 심리 역시 적어도 한 달 안에 소멸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과거 북한 리스크가 터지면 한국 증시는 큰 충격을 받기는 했지만 대부분 단기간에 그칠 때가 많았다. 가장 충격이 컸던 사건으로 꼽히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사망(2011년 12월 19일) 당시 코스피는 하루에 3.4%나 밀렸지만 다음날 바로 반등하며 회복하기 시작했다.
반면 중국과 미국 시장의 변수는 쉽게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도 4% 넘게 급락하는 등 널뛰기를 반복하며 국내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다. 중국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의 약발이 다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상당기간 약세장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경우 적어도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윤곽이 나올 때까지는 시장 불안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자금 이탈로 인해 신흥국 시장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한국 경제 역시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며 급격하게 증가한 가계대출의 뇌관을 터뜨릴 우려도 있다.
실제로 이 같은 불안감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들은 6월과 7월에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1조506억원, 1조7,998억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이달에도 벌써 1조9,000억원 가까이 순매도를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증시 불안이 지속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투자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센터장은 “단기투자자들은 일정 부분을 현금화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치중하고, 장기투자자들에게 앞으로 한달 정도가 우량주를 저가매수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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