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과 쌍방울 시절에 달성
지금의 분업 야구는 불가능한 기록
"철저한 자기관리 속 게임 즐겨라"
불멸의 기록으로 남을 불펜 투수 20승, 157⅔이닝. 이 거짓말 같은 기록을 김현욱(45) 삼성 트레이닝 코치가 1997년 쌍방울 시절 달성했다. 철저한 마운드 분업화가 된 현재 프로야구에서는 절대 도달 불가능한 기록이다.
김 코치가 더 놀라웠던 점은 한 해 동안 그렇게 많이 던지고도 후유증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듬해인 1998년에도 68경기에서 129⅓이닝을 던졌다. 2000년 삼성으로 이적한 뒤에도 2003년까지 4년 연속 7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그리고 올 시즌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한화는 ‘투수 혹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박정진이 19일 현재 70경기에서 91⅓이닝을 던졌다. 최근 3일 휴식을 받은 권혁은 63경기에서 무려 92⅔이닝, 투구 수 1,680개를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김현욱 코치의 쌍방울 시절 사령탑은 김성근 감독이었다.
김 코치는 한화 야구의 혹사 논란에 대해 “필승조라면 팀이 필요할 때 언제든 던질 수 있어야 한다”며 “프로는 자기 관리가 생명이다. 피로가 쌓여서 구위가 떨어질 수 있지만 각자 자기 만의 방식으로 관리를 잘한다면 후유증 없이 꾸준히 던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코치는 현역 시절 노하우를 설명했다. 그는 “안 아프기 위한 방법을 본인 스타일에 맞춰 보강 운동을 할 필요가 있다. 그냥 아무 것도 안 하고 쉬는 건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근육은 자꾸 써야 한다. 전력으로 던질 필요 없이 가볍게 캐치볼을 하고 필요한 보강 운동을 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때 야구에 대한 스트레스만 받지 않으면 된다. 미국이나 일본 선수들도 다 이렇게 한다. 나 같은 경우는 허리가 고질적으로 안 좋아 남들보다 훨씬 더 많은 운동을 했다. 주변에서 말릴 정도였는데 나만의 루틴(routineㆍ규칙적으로 하는 행위)이라 계속 했다”고 덧붙였다.
김 코치는 또한 “1997년에 157⅔이닝을 던질 때 5, 6일 연투도 했다. 피칭한 다음 보강 운동을 빼놓지 않았다. 윤성환이 하는 말이 있는데 그 때 훈련만 줄였으면 2년 더 선수 생활을 했을 것이라고 웃으며 말한다. 지금 생각하면 선수 생활을 더 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1997년 이후에도 90이닝, 100이닝을 꾸준히 던졌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했다.
김 코치는 마지막으로 “쌍방울 시절이 참 그립다. 야구를 정말 재미 있게 했고 선수단 모두가 가족 같았다. 김기태(KIA) 감독님이나 쌍방울 출신 지도자들을 만나면 항상 그 시절을 얘기하며 추억한다. 언제 기회가 된다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자리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지난 추억을 돌이켜봤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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