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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교묘하게 우리 무의식은 이용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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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교묘하게 우리 무의식은 이용당하고 있다

입력
2015.08.2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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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유혹의 기술 오정호 지음 메디치 미디어 발행ㆍ288쪽ㆍ1만5,000원
대중 유혹의 기술 오정호 지음 메디치 미디어 발행ㆍ288쪽ㆍ1만5,000원

1929년 미국 내 전체 흡연자 중 여성의 비율은 12%에 불과했다. 아메리칸토바코컴퍼니 회장 조지 워싱턴 힐은 매출을 확대할 돌파구가 필요했다. 여성들의 허리를 겨냥했다. 발레리나와 유명 모델 사진을 의사들의 조언과 함께 광고에 실었다.‘살 찌는 디저트 대신 담배 한 개비가 다이어트에 좋다.’ 여성들에게는 담배를 소비하는 것이 곧 절제라는, 다분히 모순적인 이 메시지에 미국 여성들은 식사 후 담배를 입에 물었다.

광고ㆍ홍보 전문가, 정치인, 컨설턴트 등 대중을 유혹하고자 하는 이들은 많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효과가 있는 유혹의 기술이 따로 있고, 나라와 성별에 따라서도 천차만별이다. 어떤 경우 ‘가만히 있는 것’이 전략이 되기도 한다. 허니버터칩 사례가 대표적이다. 페이스 북과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과자를 먹어본 경험담과 찾는 데 실패했다는 댓글이 허니버터칩의 폭발적 인기를 견인했다. 이를 목격한 제조업체는 허니버터칩에 대한 모든 마케팅 전략을 거둬들인다. 최고의 마케팅은 ‘입소문 마케팅’이란 판단에 광고도 전혀 하지 않는 ‘무전략의 전략’을 택한 것이다.

저자는 설득자들이 뽐내는 유혹의 기술을 이리저리 파헤쳐 대중이 합리적인 판단을 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디어를 통해 개인을 특정한 방향으로 은밀하게 이끄는 설득자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음을 저자는 방대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PR,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 등이 ‘대중의 무의식’을 교묘하게 이용하지만 대중은 이런 기술에 점차 무감각해지고 있다. 홍보와 선전의 고전으로 꼽히는 책 ‘프로파간다’의 저자 에드워드 버네이즈는 일찌감치 “우리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사람들의 통제를 받으며 우리의 생각을 주조하고 취향을 형성하고 아이디어를 떠올린다”고 했다.

저자는 EBS의 다큐멘터리 PD다. 31일 방송 예정인 다큐프라임 ‘한국인의 집단심리-우리 We’의 1, 2부인 ‘대중 유혹의 기술’을 제작하며 출판을 함께 했다. 100분 동안의 방송에 담지 못한 이야기들을 이 책에 풀어놓은 셈이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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