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가계의 흑자 규모가 더 커졌다. 소득이 대폭 늘어나서라기 보다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와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허리띠를 졸라맨 데 따른 ‘불황형 흑자’다.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27만 1,000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9% 증가했다. 물가상승분을 제외한 실질소득으로 보면 2.3% 증가다.
소득별로 보면 근로소득이 1.7% 증가하는 데 그쳤고, 사업소득(-2.1%)과 재산소득(-6.3%)은 오히려 줄었다. 사업소득 감소는 소비 저조 탓, 재산소득 감소는 저금리 기조 지속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7월부터 기초연금이 지급되면서 이전소득(사회보장급여와 같이 노동이나 사업활동 없이 일방적으로 지급되는 소득)만 큰 폭의 증가율(15.2%)을 보였다. 생산활동으로 인한 소득 증가는 사실상 제자리 걸음이었다는 얘기다.
가계 소비활동은 크게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2분기 가계 평균소비성향(처분가능 소득 중 소비지출에 쓴 비율)은 71.6%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7%포인트 하락했다. 소비활동이 그만큼 부진했다는 의미다. 기획재정부는 “담배가격 인상으로 주류ㆍ담배 소비가 늘고 월세가구 증가로 주거비가 증가한 반면, 메르스 여파로 오락ㆍ문화 등 지출은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부문별 소비활동을 분석해보면 갈수록 살림살이가 팍팍해져 간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식료품(2.0%), 주거ㆍ수도ㆍ광열(7.8%), 가정용품(2.1%), 통신(3.0%) 등 생활에 필수적인 지출은 늘어난 반면, 오락ㆍ문화(-4.4%), 의류ㆍ신발(-3.4%), 교육(-1.6%) 등 생존에 직결되지 않은 부문에서 씀씀이가 줄었다. 특히 캠핑ㆍ운동용품(-32.7%)이나 책(-16.8%) 소비가 큰 폭으로 줄었다.
소비가 부진하면서 가계 흑자액은 크게 늘었다. 가계의 월평균 흑자액은 98만 9,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무려 9.6%(8만 6,600원) 늘었고, 흑자율(처분가능소득 중 흑자액의 비율)은 28.4%로 1.7%포인트 상승했다.
세종=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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