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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화] 허탈함 달래주던 통일전망대 ‘냉 잔치국수’

입력
2015.08.2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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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국수를 차갑게 먹는다? 의외로 사람들이 의아한 반응을 보인다. 이것도 하나의 고정관념에서 오는 것이겠지. 하지만 한 번 맛을 보면 오히려 차갑게 먹는 것을 더 선호하게 될 터다.

내가 ‘냉 잔치국수’를 처음 맛본 건 대학교에 다닐 때다(1988년도 쯤이니 참 오래 됐구나 ㅋ). 그 해 여름 나는 당시 여자친구와 학과 후배 커플과 같이 강릉 경포대해수욕장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피서 온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 조금 더 올라 가보자고 해서 주문진을 거쳐 하조대, 속초해수욕장까지 갔는데도 사정은 똑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커플들끼리 간 여행이라 좀 더 한산하고 아늑한 곳을 원했던 것 같다. 이왕 올라온 거 더 북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결국 고성 화진포에 못 미쳐있는 거진 해수욕장이라는 곳까지 가서 자리를 잡았다. 당시 민박집은 숙박료가 만원도 안 됐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다음 날, 늦은 아침에 포구에 나갔다가 제때 들어오지 못해 생선 팔 시간을 놓친 고깃배를 만났다. 한 대야에 가득 든 생선들을 단돈 만원에, 그것도 회로 만들어 준다고 했다. ‘이게 웬 떡인가’ 싶어서 당장 구입을 했고, 생선회를 정말 물리도록 먹었다. 양이 얼마나 많았던지 길을 지다가던 사람들과도 나눠 먹기까지 했다.

돌아오는 날에는 통일전망대를 돌아보기로 했다. 지금도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당시에 통일전망대를 방문한 관람객은 ‘반공 교육’ 비슷한 걸 받아야 했다. 나는 난생 처음으로 북한 땅을 봤다. 참 신기하기도 하고, 이렇게 가까운데 가지 못한다는 생각에 허탈하기도 했다. 허탈한 마음으로 통일일전망대를 나서는데 배가 출출해서 매점을 찾았다. 그곳에서 ‘냉국수’가 눈에 딱 들어왔다. 냉국수를 주문하고 한 입 먹고 정신줄을 놓았다. 어느새 육수 마지막 한 방울을 삼키고 있었다. 멸치육수가 차가운데 비린 맛이 전혀 없고 시원하고 깔끔했다. 비린 맛이 없었던 건 양념장에 들어간 고추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육수에 고추를 넣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그 맛을 생각하면 육수를 만들 때 청량고추를 조금 넣었던 것 같다. 아주 기분 좋은 칼칼함이었다. 냉국수를 정말 맛있게 먹고 매점을 나서는데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다시 매점으로 들어가 한 그릇 또 한 그릇. 이렇게 세 그릇을 먹고서야 겨우 매점을 나섰다. 시간이 지나 그때 같이 했던 짝들은 아픈 기억 속에 존재하지만 냉국수를 떠올리면 입가엔 미소가 번지는‘웃픈(웃기며 슬픈)’추억인 셈이다. ‘그래도 냉국수는 남았구나’하며 말이다. 준영아, 통일전망대 냉국수 기억하니? 그때를 떠올리며 조만간 한잔 하자^^

요리사 겸 배우

● 냉 잔치국수 (2인분)

재료: 면 200g, 취향 따라 고명으로 백김치, 볶은 김치, 오이 등

육수 재료: 육수용 멸치 20마리, 다시마 사방 20cm 1장, 무 150g, 파 1/2대 , 청양고추 1개, 소주 1/2컵, 소금 1작은 술, 물 2L

양념장: 간장 4큰 술, 까나리 액젓 1/2작은 술, 다진 파 2큰 술, 다진 마늘 1큰 술, 설탕 1/2작은 술, 깨소금 1큰 술, 참기름 1큰 술, 고추가루 1큰 술

● 조리방법

1. 물에 다시마를 불린다.

2. 멸치는 내장만 제거하고 팬에 살짝 볶은 후 다른 육수 재료들과 같이 1의 다시마물에 넣고 끓인다.

3. 육수가 끓으면 위에 떠오르는 불순물들을 떠낸다. 불순물이 줄어들면 중불로 줄여 소주를 넣고 약 30분간 더 끓인다.

4. 육수가 끓는 동안 양념장 재료 중 간장에 설탕을 먼저 넣고 녹인 다음 참기름을 뺀 나머지 재료를 넣고 잘 섞는다.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넣어 섞는다.

5. 3의 육수는 냉장고에서 차갑게 식히고 면을 삶아 찬물에 잘 씻어준다.

6. 차가워진 육수를 그릇에 붓고 면을 넣어 각자 취향에 따라 백김치나 볶은 김치, 아니면 그냥 오이만 얹어 양념장과 함께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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