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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당번 정하는 학급회의도 정치 활동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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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당번 정하는 학급회의도 정치 활동이죠"

입력
2015.08.2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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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잘 뽑아야 학교 생활 즐거워

대화ㆍ의견 모으는 참여 과정이 중요

"투표 안하면 행복한 나라 멀어져요"

난센스 문제 하나 내겠습니다. “이것, 못 쓰겠네.”, “이게, 그럼 그렇지.” “이거, 썩었네, 썩었어.”에서 ‘이것, 이게, 이거’는 무엇일까요? ‘못 쓰겠다’고 하니 싼 게 비지떡인 불량품일까요? ‘그럼 그렇지’ 하니 줄거리 뻔한 연속극일까요? 그것도 아니면 ‘썩었다’고 하니 장마철에 방치해 둔 양파일까요? 정답은 ‘정치’입니다. 우스갯소리 같으나 우리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말들이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치를 싫어하는 것 같으나 은근히 정치에 관심이 많습니다. 아빠들이 모인 자리에서 정치 얘기 한 토막쯤은 나오고, 택시를 타면 기사 아저씨에게 일장연설을 들을 수 있습니다. 하다못해 한국사 문제를 우수수 틀린 아이 입에서도 “우리나라는 교육정책이 문제야”라는 말이 흘러나옵니다. 어른들이 하는 말들을 주워들어 풍월을 읊는 게지요. 그러나 막상 정치에 대해 말해 보라면 어디서부터 얼마나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자신은 그 못 쓰겠다던 정치에 얼마나 관여하며 살고 있을까요?

‘어린이를 위한 정치란 무엇인가’를 읽으면 정치가 우리 주위에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올바른 정치 참여가 얼마나 재미있고 보람된지도 알게 됩니다. 이 책은 정치를 학교생활로 끌어와 보여줍니다, 정당 활동, 선거운동, 독재 정치, 매니페스토 운동, 시민단체 활동 등 제법 다양한 모습들이 나옵니다. 6학년 1반 회장 도현이는 고학년이 저학년의 돈을 빼앗고 때리기까지 했다는 소문을 듣고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산양 파’ 모임을 조직합니다. 같은 반 여자 회장 영교는 아이들이 스스로 체력을 기를 수 있는 건강 모임 ‘고래 파’를 만듭니다. 두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정당 활동을 하는 겁니다.

도현이와 영교의 작은 활동이 정치라니 정치가 무엇인지 궁금해집니다. 좁은 의미로 정치는 국가와 지역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활동입니다. 예를 들어 쓰레기 소각장을 우리 마을에 설치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일이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것이 이득일지 아닐지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은 마을과 국가의 운명을 바꾸어 놓는 중요한 일이지요. 개인이 해결할 수준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정치란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처럼 어마어마한 사람들만 하는 활동이 아닙니다. 거대한 정당을 등에 업고 벌이는 일만 정치 활동이 아닙니다. 정책을 세울 때에도 많은 사람들이 지켜야 하는 법을 만들 때에도 국민의 뜻이 반영되어야 합니다.

넓은 의미의 정치는 우리 생활 속에 있습니다. 우리 엄마 아빠가 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참여하는 반상회라든지, 청소 당번을 정하는 학급 회의도 정치 활동입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살다 보면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갈등이 생깁니다. 이런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대화하고 조정하는 것이 정치입니다. 그래서 정치의 역사는 먹을거리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해 왔던 선사시대부터 기원합니다. 큰 혼란과 다툼이 일어나기 전에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마련하여 질서를 유지한다면 그곳이 나라든 마을이든 가정이든 훌륭한 정치의 장입니다.

그러나 정치를 잘하기 위해서는 주의해야 할 점이 많습니다. 우선 대표를 잘 뽑아야 합니다. 민주정치의 발상지인 그리스 아테네는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직접민주정치를 했습니다. 그러나 인구가 급증하고 문제거리가 다양하고 복잡해진 현대 사회에서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정치는 비효율적입니다. 그래서 국민의 대표자를 뽑아 대신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대의제’를 실시합니다. 그러니 좋은 대표를 뽑는‘선거’는 아주 중요합니다. 인정을 받기 위해 강압적인 행동을 하는 영교나 공약은 지키지 않고 말로만 지시하는 경민이는 잘못된 리더입니다. 여기서 좋은 후보를 알아보는 방법에 대해 토의해 볼 수 있습니다. 후보자들이 내세운 공약을 중심으로 검토하는 ‘매니페스토’를 통해 대표자로서의 자질을 꼼꼼히 따져 볼 수 있습니다.

올바른 정책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의 정치 참여가 중요합니다. 도현, 영교, 지윤이는 자신의 뜻을 펼치기 위해 전교 회장 선거에 출마합니다. 채금이와 나루는 임원들이 선거 때 내세운 공약을 잘 지키는지 감시하기 위해 ‘독수리 파’를 조직합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의 정치 참여율은 매우 낮습니다. “도대체 누가 뽑은 거야?”라는 센 불평의 목소리 중에는 투표 불참자들도 많습니다. 평민과 여성이 참정권을 얻기까지는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정작 오늘날에는 투표권을 행사하는 일에도 게으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법을 만들고 집행하고 심판할 대표자들을 뽑는 일에 무관심한 것은 아무에게나 자신의 삶을 맡기는 꼴이지요.

여기서 투표율을 높이는 방법에 대한 찬반토론을 해볼 수 있습니다. 호주 정부는 1924년부터 국민들을 투표장으로 불러 모으기 위해서‘의무 투표제’를 시행했습니다. 의무 투표제 실시 이후 항상 90% 이상의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그럼 ‘의무 투표제를 실시해야 한다’라는 안건으로 토론해 봅시다. 의무 투표제는 정치적 무관심을 해결할 수 있고, 투표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찬성 팀 이유로 내세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투표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내야 하는 강제성 때문에 의미 없는 투표로 전락할 수 있고, 의무 투표제는 개인의 자유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을 반대 팀 의견으로 들 수 있습니다.

정치의 궁극적인 목적은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행복을 찾는 일에 가만히 팔짱만 끼고 있다면 행복한 나라에서 사는 꿈은 점점 멀어집니다. 행복하려면 먼저 인권을 침해하는 다툼을 멈춰야 합니다. 여러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대화와 토론을 통해 의견을 모아 문제를 해결한다면 다툼과 갈등은 줄어들겠지요. 행복한 나라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정책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정치 활동에 동참해 보기를 바랍니다.

김은미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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