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뇌경색이 생기면 막힌 혈관을 다시 뚫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지만 막힌 혈관을 다시 뚫어도 20% 정도의 환자에게서 뇌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동맥 내 혈전제거술이 혈전을 없애는 효과에 한계가 있어 모든 혈전이 녹지 않거나, 혈전 용해 치료 도중이나 이후 혈관이 다시 막혀 뇌가 크게 손상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 의료진이 급성 뇌경색 환자를 동맥 내 혈전제거술로 치료한 뒤 발생할 수 있는 뇌출혈 여부를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동맥 내 혈전제거술을 한 뒤 뇌 피질에 조영제 침착이 있는 환자들에게서 뇌출혈이 많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김정민ㆍ박광열 중앙대병원 신경과 교수팀은 급성 뇌경색 환자를 동맥 내 혈전제거술로 치료한 직후 촬영한 뇌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바탕으로 뇌출혈 발생 위험성을 예측하는 연구 논문을 ‘유럽신경학회지(European Journal of Neurology)’ 최신호에 발표했다.
급성 뇌경색 치료는 얼마나 이른 시간 내 막힌 혈관을 뚫느냐, 즉 정맥 내 t-PA(액티라제) 등 혈전용해제를 투여하거나 동맥 내 혈전제거술 등 혈관을 다시 여는 치료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러나 혈관을 다시 뚫는 치료를 하거나 치료 후 나타나는 증상성 뇌출혈 등의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혈관을 다시 여는 치료를 한 뒤 뇌출혈 발생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 정립돼 있지 않다.
김 교수팀은 2007년 7월부터 2014년 8월까지 7년간 중앙대병원 응급실을 내원해 동맥 내 혈전제거술 치료를 받은 급성 뇌졸중 환자의 영상 정보를 분석했다. 그 결과 64명의 급성 뇌졸중 환자 중에서 88%(56명)의 환자가 동맥 내 혈전제거술 치료 직후 촬영한 뇌CT 검사에서 뇌 실질 내 조영제 침착(contrast accumulation)이 발견됐다. 이 가운데 14명은 치료 후 ‘증상성 뇌출혈(symptomatic intracranial hemorrhage)’이 발생했다. 증상성 뇌출혈은 혈전제거술을 실시한 뒤 CT 상으로 확진한 뇌출혈로, 특히 36시간 이내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뇌졸중 치료 직후 촬영한 뇌CT 검사에서 뇌 피질에 조영제 침착이 있는 환자 그룹을 그렇지 않는 환자 그룹과 비교했을 때, 조영제 침착이 있는 그룹에서 증상성 뇌출혈이 많았고, 퇴원 후 신경학적 기능 상태도 나쁜 것으로 확인됐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동맥 내 혈전제거술을 실시한 뒤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성 뇌출혈 발생 위험을 병원에서 뇌CT 검사를 통해 비교적 쉽게 알 수 있어 증상성 뇌출혈 발병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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