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톈진(天津)항 폭발 사고 현장 부근 바다에서 수십만 마리의 물고기가 떼죽음(사진)을 당한 채 수면 위로 떠 올랐다.
20일 중국 환구시보와 중국청년보에 따르면 이날 오후 톈진항 폭발 사고 현장에서 6㎞ 떨어진 톈진시 빈하이신(濱海新)구의 바다 수문 주변에서 수십만 마리의 물고기가 숨진 채 발견됐다. 물고기 사체는 톈진시 검역국 동식물식품검측센터와 어업수산 부문으로 보내져 검사를 받고 있다. 덩샤오원(鄧小文) 톈진시 환경검측센터 주임은 “현재 물고기가 죽은 원인을 조사하고 있으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름철에 고온이 유지될 때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 때가 있다”며 “최근 폭발 사고 이후 바다로 통하는 수문을 닫자 하천 부영양화(富營養化)가 심해진 게 원인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제까지 이처럼 대규모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적은 없다는 게 지역 주민들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폭발 사고로 인한 독극물 유출과 그로 인한 2차 피해가 현실화한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폭발 사고 현장의 핵심 구역 오염수의 시안화나트륨(청산소다) 농도는 기준치의 40배를 넘었다고 중국 관영 CCTV가 전했다. 오염수 내 산성(PH) 농도도 기준치를 초과했다.
사고 현장의 시안화나트륨은 이미 상당 부분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허수산(何樹山) 톈진시 부시장은 전날 톈진항 사고 현장 핵심 구역에서 극독성 물질인 시안화나트륨 150톤을 회수해 공장으로 운반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나머지는 폭발 과정에서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폭발 사고 당시 물류창고 안엔 시안화나트륨이 700톤이나 보관돼 있었다. 결국 나머지 시안화나트륨 550톤은 외부로 유출됐다는 이야기다. 특히 사고 현장에는 시안화나트륨 외에도 각종 산화물과 인화물질, 극독 물질 등 40여 종에 이르는 화학 물질이 총 2,500~3,000톤이나 보관돼 있었다. 이중 정확히 얼마나 많은 화학물질이 현장에 남아 있고 수거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편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면서 폭발 사고로 이미 유독 물질이 이미 바다로 유입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톈진시 앞바다는 보하이(渤海)를 통해 우리나라의 서해와 이어져 있다. 이에 대해 최윤 군산대 해양생물공학과 교수는 “연안 어류는 바닷가 인근에 살기 때문에 톈진에서 서해안까지 이동하며 사는 어류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며 “서해안 조업 과정에서 오염된 물고기가 잡혀 국내에 유입될 가능성은 드물다”고 국내에서 유통되는 서해산 어류 오염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