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자의 돌발 하차 선언으로 시작부터 어수선하더니 이번엔 폭행 논란이 일었다. KBS 2TV 예능프로그램 ‘나를 돌아봐’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출연자인 조영남과 김수미가 언쟁을 벌이다 조영남이 갑자기 행사장을 떠났고, 김수미가 하차를 선언했다가 번복해 구설에 올랐던 프로그램은 최민수의 제작진 폭행으로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웃고 즐기려 만든 예능프로그램인데 사건ㆍ사고가 끊이지 않아 프로그램 정체성까지 흔들리는 모양새다. ‘나를 돌아봐’란 프로그램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출연자들의 성찰 대신 내부 갈등과 불상사만 잇따르고 있어서다.
제작진의 미숙한 출연자 관리 탓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김수미, 조영남, 최민수만의 얘기가 아니다. ‘나를 돌아봐’는 지난 4월 파일럿 프로그램 편성돼 방송될 때 여성 혐오 발언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장동민을 출연시켜 논란을 자초했다. 공영방송사로서 여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발언을 한 연예인에 대해 별다른 출연 제재를 하지 않아 여성단체인 여성민후회로부터 “반인권적”이란 비판까지 들었다.
논란이 불거졌음에도 제작진은 7월 ‘나를 돌아봐’ 정규 편성 직전까지 장동민 출연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동민이 정규 편성된 ‘나를 돌아봐’에 나오진 않았지만, 이도 논란을 고려한 제작진의 조처는 아니었다. ‘나를 돌아봐’ 정규 편성 시간대로 토요일 오후 9시 대 논의가 오갔는데, 장동민이 이 때 타 방송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합류하지 못한 정확이 포착돼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어서다.
최민수 폭행 사건에서도 제작진의 책임은 피하기 어렵다. 최민수는 촬영 여건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 제작 PD와 말다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PD를 폭행한 건 그의 잘못이지만, 촬영 환경에 문제가 없었다면 양측의 갈등이 커지지 않을 수도 있었다. 제작진은 “촬영현장에서 최민수와 PD가 촬영 콘셉트를 상의하던 도중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다”며 “오전 일찍부터 여러 장소를 이동하며 진행된 촬영으로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의견을 맞춰가는 중 최민수와 PD가 감정이 격해져 감정싸움으로 번졌다”고 이날 최민수의 PD 폭행 사건이 벌어진 정황을 설명했다. 결국 좋지 않은 촬영 여건 때문에 양 측의 감정의 골이 깊어졌단 얘기다.
‘나를 돌아봐’를 둘러싼 연이은 돌발상황에 네티즌도 싸늘한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에는 ‘프로그램 폐지’를 얘기하는 날 선 네티즌도 있었다. ‘격 높은 KBS가 스스로 격을 떨어뜨린다’(장**), ‘막장 예능으로 시청률 올리는 쇼’ (조**), ‘온갖 구설수 있는 이것보다 역사 다큐 재방을 틀라’(김**) 등의 글을 올려 제작진을 비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 등에도 ‘제목이 나를 돌아봐인데 돌아보기는커녕 논란만 일으키네’(프**), ‘나를 돌아봐가 아니라 시청자가 돌아버리겠다. 공영방송에서 콩가루 예능 계속할 건가’(spot**), ‘건강한 예능 보고 싶다’(실**)등이 글이 올라왔다. 이 비난의 화살 속에서 ‘나를 돌아봐’가 앞으로 어떻게 프로그램 이미지를 바꿀 수 있을지 시청자를 비롯해 방송관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