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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총장 직선제 논란… 부산대 사태로 자율성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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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총장 직선제 논란… 부산대 사태로 자율성 찾을까

입력
2015.08.20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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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제 마지막 목소리 내던 부산대

고현철 교수 투신 사건 일어나서야

대학본부, 부랴부랴 직선제에 합의

부산대 교수들이 지난 17일 밤 동료였던 이 대학 고현철 교수가 총장 직선제 폐지에 반발해 투신한 지점인 대학 본관 앞에 모여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부산대 교수들이 지난 17일 밤 동료였던 이 대학 고현철 교수가 총장 직선제 폐지에 반발해 투신한 지점인 대학 본관 앞에 모여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총장선출 직선제’는 대학에 부여된 헌법적 기본권으로 포기 할 수 없다.”

2012년 3월 부산대와 경북대, 전남대, 전북대, 목포대 등 5개 국립대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요구한‘총장선출 직선제 폐지 업무협약’체결을 거부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이른바‘국립대 선진화 방안’을 내세워 총장 직선제의 무력화를 밀어붙였다. 전국 38개 국립대 중 다른 대학들은 재정 지원 감축이라는 정부의 채찍에 굴복해 일찌감치 협약을 체결했지만 총장 직선제의 폐지는 학내 자율성 훼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본 5개 대학은 이를 거부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 학칙에 총장을 직선제로 뽑는 규정이 남아 있는 대학은 한 곳도 없다. 예산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구조조정중점추진대학에 선정되는 등 정부의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하나 둘씩 직선제를 폐지한 것이다. 어느 국립대도 직선제 부활을 꿈꾸지 못하는 가운데 부산대는 19일 전격적으로 직선제 합의안을 발표했다. 이틀 전 “직선제 부활”을 외치며 이 대학 국문과 고현철 교수가 대학 본부 4층에서 몸을 던졌기 때문이다.

마지막 보루였던 부산대

부산대는 국립대 가운데 유일하게 총장 직선제를 지켜낸 대학이다. 다수의 교수들이 정부의 일방통행식 직선제 폐지 요구에 끊임없이 저항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 1988년 민주화 열기에 힘입어 어렵사리 안착한 총장 직선제는 이명박ㆍ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무력화됐다.

김기섭 전 부산대 총장에 반대한 부산대 교수들의 입장은 명확했다. 고 교수 사망 뒤 사퇴한 김기섭 전 총장이 과거 여러 차례 말을 바꾸며 혼란과 갈등을 더 키운 만큼, 총장 후보 시절이던 2011년 “몸을 던져 직선제를 막겠다”던 자신의 약속을 지금이라도 이행하라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직선제 폐지를 밀어붙이며 초법적 행위를 일삼은 점이다. 교육공무원법 제24조 3항에 따르면, 대학은 총장 후보자를 ▦추천위원회 선정 ▦교원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 따른 선정 중 하나로 정하도록 하고 있지만, 정부는 재정지원을 끊겠다며 대학들에게 간선제인 추천위원회 방식을 강요했다.

정부가 총장 직선제 폐지로 내세운 논리는 대학에 불법 선거운동과 포퓰리즘 공약이 난무했고 특히 파벌이 형성돼 대학사회의 분열과 재정낭비를 초래한다는 것. 안원하 부산대 교수회 비상대책위원은 “총장을 이사회 등에서 정하면 권한이 한쪽으로 집중돼 학내 자율성이란 본질적 가치가 훼손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사립대는 간선제 혼란

국립대뿐만 아니라 연세대나 경희대 등 주요 사립대에서도 총장 선출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올 하반기 신임 총장 선출을 앞두고 있는 연세대의 이사회는 내년 2월 취임할 18대 총장 선출을 앞두고 ‘총장선출제도 소위원회’가 내놓은 방안을 바탕으로 선출방식 개정을 검토 중이다. 이 방안에는 전ㆍ현직 총장이 출마할 때에는 별도의 심사 없이 이사회 단계의 최종 후보로 올리는 내용이 담겼다. 또 교수평의회에 주어졌던 인준 절차를 폐기하는 내용도 포함돼 평의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희대 교수들 사이에선 설립자 차남인 조인원 총장이 2006년부터 현재까지 13ㆍ14ㆍ15대 총장에 잇따라 연임한 것을 두고 비밀선출 논란이 일고 있다. 동국대에선 총장인 보광스님 논문 표절 논란이 여전히 진행 중인데, 후보 시절 자신의 논문 2편을 표절한 것으로 판정나면서 총장 후보자 자격에 대한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직선제 부활 기대는 난망

국립대와 사립대 모두 총장 선거와 관련한 내홍을 겪고 있지만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립대의 경우, 그나마 형편이 나은 거점국립대를 제외한 중소 국립대는 정부지원이 끊기면 자생하기가 어려워 간선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국국공립대학교교수회연합회 관계자는 “규모가 작을수록 정부 지원금 의존도가 매우 높아 저항은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오히려 국립대를 장악하기 위한 정권과 정부의 입김이 거세지는 것이 현실이다. 총추위를 통해 총장 후보를 추천해도 교육부가 뚜렷한 이유 없이 대통령에게 임용제청을 하지 않아 대학운영이 공백상태에 놓이는 경우도 다반사다. 공주대는 지난해 3월 2명의 후보를 추천했지만 교육부는 특별한 이유 없이 거부했고 경북대와 한국방송통신대(방통대)도 역시 지난해 각각 후보 2명을 추천했지만 ‘임용을 제청하지 않겠다’는 교육부의 답변을 들었다. 뚜렷한 이유 없이 총장에 임명되지 못한 교수들은 사법부의 판단에 의지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김서중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공동대표는 “수년 간 총장선출 직선제가 폐지되면서 대학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사라졌다”며 “교육부가 강요하는 잘못된 정책에 반대 의견을 내지 못한다면 대학은 황폐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간선제 도입 후 각종 폐해를 겪은 사립대의 경우도 직선제 논의가 쉽지 않을 거란 분석이다. 선출 과정의 투명성 확보라면 몰라도 학교 운영의 전권을 쥔 재단이 양보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김현수기자 ddack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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