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태 "정치는 성적순 아니다"
호남 지역서도 반발 분위기

‘현역의원 20% 물갈이 원칙’을 골자로 하는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안이 20일 당무위원회를 통과했다. 혁신안은 표결 없이 박수로 통과됐지만 일부 의원들의 반발은 여전하다. 특히 호남과 비주류 측 일부 의원들은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문제 삼아 혁신안 철회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부산에 지역구를 둔 유일한 3선 의원인 조경태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선출직 공직자 평가위원장을 당 대표가 임명하도록 돼있고 점수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뭔가 투명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결국 자기(친노무현)들만의 테두리를 위한 패권정치를 하겠다는 의도가 숨겨져 있지 않은가 하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평가 비중의 35%를 차지할 여론조사에 대해서도 “저의 지역구인 부산이나 호남 지역과 지역적 특성이 다른 수도권도 마찬가지”라며 “이런 것을 동일선상에 놓고 객관적 수치로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적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이어 “정치는 종합예술이지 성적순으로 줄을 세워서 자르는 시험이 아니다”며 “혁신안을 철회하는 것이 올바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탈당, 신당 창당 움직임 등으로 어수선한 호남 지역의 반발 분위기도 거세다. 전날 혁신안 등에 대한 논의를 위해 모인 전남지역 의원 10여 명은 혁신안이 미칠 파장에 대해 심각하게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 의원은 “다들 열심히 하고 있는데도 무조건 20%를 물갈이 한다는 것에 대해 허탈감이 컸다”며 “특히 다면평가의 경우 자신과 친한 의원들에게는 후하게 다른 계파 의원들에게는 낮은 점수를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결국 계파 정치만 강화하는 꼴이 아니냐는 의견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당내 사정을 모르는 외부 인사들이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정치 영역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고 우려했다고 한다. 또 다른 참석자는 “호남 신당의 폭발력이 잦아든 건 사실이지만 앞으로 탈당, 신당 창당 등의 움직임에 흔들릴 의원들이 많아질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내부 인사가 참여하면 본인들이 스스로의 행동을 평가하는 문제가 생긴다”며 “(평가위원은) 외부인으로 해야 공정성, 객관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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