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탄 자살 시도자 대상 첫 설문
대부분 첫 경험에 질병도 없어
56%가 "구하기 편해 선택" 응답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하거나 우울증을 앓다가 목숨을 끊는 일반적인 자살 시도자와 달리 번개탄을 이용한 자살 시도자는 정신과 병력이 없거나 처음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번개탄을 이용해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한 이들도 많고 미리 자살의 예후를 눈치챌 수 없는 경우가 많아 구매 제한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0일 전충환 부산대 기계공학부 교수의‘착화탄 이용 자살예방을 위한 제도적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번개탄을 이용해 자살을 시도한 58명 중 73.7%(43명)가 과거 자살을 시도해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정신과 병력 혹은 만성질환이 없다고 답한 이들은 각각 59.6%(35명)와 87.7%(51명)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자살자들은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을 앓거나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앓지만 ‘번개탄 자살시도자’들은 이런 예후를 보이지 않는 것이다. 2013년 보건복지부의‘자살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살 시도자의 64%는 우울장애가 있었고 47%는 정신과에 방문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번개탄 자살시도자들은 일반 자살자들에 비해 정신과를 방문하는 비율이 7%포인트 낮았다.
번개탄으로 자살을 시도하다가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면 치매, 파킨스병 등의 후유증을 앓는데 이 같은 사실을 모르는 응답자는 절반(41.2%)에 가까웠다. 응답자의 17.2%(10명)는 이런 후유증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다른 방법으로라도 자살을 포기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번개탄 자살로 인한 후유증을 알려주는 것이 자살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한편 번개탄을 이용해 자살을 시도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응답자들의 절반 이상인 55.8%(32명)는‘쉽게 구할 수 있어서’라고 응답했다. 대만의 번개탄 자살 시도자들은 같은 질문에 대해 37.8% 만이‘쉽게 구할 수 있어서’라고 답한 것과 대조적이다. 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쉽게 번개탄을 구입할 수 있는 국내와는 달리 대만에서는 번개탄을 구입할 때 점원에게 사용 목적 등을 알려야 한다. 연구에 참여한 손창환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번개탄 자살 결심자들은 특히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하기 때문에 번개탄에 대한 물리적 접근성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설문조사는 지난해 6월부터 10월 말까지 서울아산병원, 부산대병원 등 4개 병원 응급의료센터의 번개탄 자살시도자 가운데 설문에 동의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번개탄 이용 자살자들을 대상으로만 설문조사를 한 것은 처음이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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