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이근호 '호남더비'서 동점골
서울 아드리아노 2골로 승리 견인
수원-포항 유니폼 바꿔 입은
조찬호·최재수도 존재 가치 증명
유니폼을 바꿔 입은 이적생들이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극장의 새로운 주연으로 떠오르고 있다. 후반기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K리그에서 이적생들의 발 끝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중동에서 날아온 이근호(30ㆍ전북 현대)는 이적생 돌풍의 중심이다. ‘닥공(닥치고 공격)’의 최전방에 섰던 에두(브라질)가 중국 리그로 떠나면서 위기를 맞았던 전북은 19일 ‘호남 더비’ 전남 드래곤즈와의 경기에서 새 얼굴 이근호의 실력을 재확인했다. 이근호는 이날 막판 동점골과 페널티킥을 이끌어내며 전북의 자존심을 세웠다. 올 시즌 두 차례 맞대결에서 전남을 꺾지 못한 전북은 이근호의 막판 활약으로 전남 징크스를 깼다. 이근호 역시 지난해 8월 30일 상주 상무 소속으로 성남 FC와의 경기에서 득점한 이후 1년만에 복귀골을 신고하는 기쁨을 누렸다. 아직 첫 득점일 뿐이지만 당장 다음주 감바 오사카와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8강전을 앞둔 전북은 이근호 덕에 한 숨 돌릴 수 있게 됐다.
FC 서울도 이날 경기에서 부산 아이파크를 제물로 ‘이적생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리그 최하위 대전 시티즌에서 데려온 아드리아노(28ㆍ브라질)는 이날 2골 1도움을 터뜨리며 팀의 4-2 승리를 견인했다. 득점 순위에서도 성남의 황의조(23)와 함께 이 부문 선두(10골)로 뛰어올랐다. 일본프로축구 J리그 출신의 다카하기(30)도 시원한 중거리포로 K리그 데뷔골을 뽑아냈다.
‘굴러들어온 돌’들의 잔치는 지난 25라운드부터 이어졌다. 특히 각각 포항에서 수원으로, 수원에서 포항으로 옷을 갈아입은 조찬호(29)와 최재수(32)가 대표적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제주전에서 2골 2도움을 몰아친 조찬호를 “수원 극장의 새 주인공”이라며 “임대 이적 후 가진 첫 경기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100% 증명했다”는 설명과 함께 그를 25라운드 주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했다. 서정원 수원 감독 역시 “2013년부터 조찬호를 데려오고 싶었다. 측면에서 1대1 돌파 능력이 탁월한데다가 연결 동작이 좋아 상대 수비수를 힘들게 하는 스타일”이라며 깊은 신뢰감을 드러냈다. 조찬호와 맞불 임대된 최재수 역시 주간 MVP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재수는 ‘1강’ 전북과의 홈 경기에서 선제골로 3-0 대승의 문을 연 주인공이다.
아직까지 조연에 머물고 있는 선수들 중에 누가 돌풍을 일으킬 지도 관심사다. 7월 말 K리그 클래식에서 둥지를 옮긴 선수는 총 41명(이적 8명ㆍ임대 15명ㆍ자유계약 18명)이다. 각 구단 사령탑들이 본격적으로 새 판 짜기에 나서면서 그라운드에 감도는 긴장감도 짙어지고 있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