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 10년 만에 합법노조 인정받아
고용허가제 폐지 집회 등 본격 활동
정부 입장과 달라 갈등 불가피할 듯
국내에서 처음으로 법적 지위를 보장받는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주노조)이 탄생했다. 서울ㆍ경기ㆍ인천 이주노조가 ‘합법 노조’ 투쟁에 나선 지 10년 만이다. 그러나 이주노조가 향후 중점 활동 사안으로 정한 고용허가제 폐지, 이주노동자 단속ㆍ추방 반대 등을 두고 정부와의 입장이 엇갈려 갈등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20일 이주노조에 노조설립신고 필증을 교부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25일 대법원이 “취업 자격이 없는 외국인도 노조를 결성할 수 있다”며 이주노조 합법화에 손을 들어준 지 근 두 달 만이다.
이주노조는 2005년 4월 24일 설립 후 같은 해 5월 서울지방노동청에 노조설립신고서를 냈으나 반려 처분을 받았다. 그 해 6월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며 이후 10년 만에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주노조는 확정 판결 직후 곧바로 설립신고서를 냈으나 서울지방노동청은 ‘고용허가제 폐지ㆍ이주노동자 합법화ㆍ단속 추방 반대’ 등이 정치적 목적에 해당한다며 규약 수정을 요구해왔다.
현행 노조법에는 정치운동이 주요 목적인 경우 노조 설립신고를 반려할 수 있게 돼 있다. 이주노조는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노동허가제 쟁취를 위해 투쟁해나간다’는 등의 규약을 ‘이주노동자 인권ㆍ노동권을 개선하고, 더 나은 노동조건을 위해 노력한다’로 바꿔 지난 17일 제출했고, 이번에 설립 인정을 받은 것이다.
이에 따라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별로 노조를 만들어 교섭에 나설 수 있다. 다만 이주노조는 사업장별 교섭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공단의 사업주 협회와 단체교섭에 나서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이주노조는 또 현재 300여명인 조합원 수를 확대하는 한편, 오는 30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고용허가제 폐지 집회를 시작으로 본격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출국 뒤 14일 안에 퇴직금을 받도록 한 규정 철폐, 임금ㆍ노동시간에서 내국인과의 차별 금지, 장기체류 허용 등도 이주노조가 요구하는 사항이다.
섹알마문 이주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사업주의 허가가 있을 때 세 번에 한해 사업장을 바꿀 수 있도록 한 고용허가제는 대표적인 인권침해 제도”라며 “규약의 표현은 바꿨지만 기본 방침은 수정 전과 똑같기 때문에 활동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이주노조가 제도 개선 요구를 넘어서 정치운동에만 집중할 경우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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