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그리스보다 더 큰 난제"
독일 정부가 올해 독일이 수용하게 될 난민 신청자 수가 지난해보다 4배 이상 증가한 80만명이 될 것이라며, 유럽 각국이 난민 수용 부담을 나누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유럽연합(EU)의 자유 국경체제가 존속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2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토마스 데메지에르 독일 내무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을 갖고 “올 들어 이미 36만명 난민이 독일로 들어왔고, 남은 5개월 간 더 많은 난민을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독일 정부는 당초 올해 난민신청 예상 수치를 30만명으로 내다 봤지만, 지난달에만 10만7,500명이 들어오는 등 난민 유입이 크게 늘면서 예상치를 2배 이상 늘린 것이다. FT에 따르면 이는 1992년 유고슬라비아 붕괴 당시 독일로 몰려든 난민 이래로 가장 큰 규모다.
데메지에르 장관은 난민 급증이 “모두에게 난제가 되고 있다”면서 “유럽 각국이 난민을 나눠 맡지 않으면 EU 회원국간의 자유로운 국경 통과를 보장한 셍겐 조약이 유지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은 지난 한 달에만 21만8,221명의 난민 신청을 받는 등 EU 전체 난민 중 43%를 수용하고 있다.
EU ‘더블린 조약’에 따르면 난민은 가장 처음 도착한 국가에서 난민 신청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리스나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들은 난민들이 더 나은 일자리와 동포를 만날 기회를 주겠다는 명목으로 이 규율을 지키지 않으며 독일로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 올 여름에는 EU 회원국이 난민을 의무적으로 할당해 수용하는 일명 ‘난민 쿼터제’도 논의 됐으나 프랑스와 스페인 등의 반대로 추진이 더뎌지면서 독일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졌다.
독일 내부에서도 난민 수용을 두고 크고 작은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올 6월 주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게 나눠주는 올해 난민 예산을 10억유로로 늘리겠다고 밝혔으나, 지역 당국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추가 증액을 요청하는 상황이다. 이들은 임시 방편으로 난민을 스포츠경기장이나 폐교 등에 머물게 하고 있지만 무차별한 난민 수용에 불만을 품은 주민들이 시설을 공격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6일 공영 TV에 출연해 “그리스 부채보다 난민 이슈가 유럽에 더 큰 난제”라고 밝혀 그리스 구제금융 의회 승인을 계기로 난민 문제 해결에 한층 박차를 가할 것임을 시사했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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