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설에 휘말린 강용석(46) 변호사가 출연 중인 모든 방송을 중단키로 한 가운데 앞다퉈 그를 기용했다 뒤늦게 하차시킨 방송사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10년 여성 아나운서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2012년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는 등 설화가 많았던 인물을 경쟁적으로 출연시키다 불륜설이 터져나오고 한참 뒤에야 거리두기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20일 오전 강 변호사는 “오늘 부로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서 자진 하차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JTBC ‘썰전’ 제작진도 이날 “현 상황에서 강 변호사가 출연을 지속하는 건 무리라고 판단했다”며 그의 하차 소식을 전했다.
논란이 불거진 것은 지난 1월 파워블로거 A씨의 남편이 강 변호사가 자신의 아내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며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당시 ‘썰전’ 시청자 게시판에는 “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강용석을 안고 간다니 시청자를 우롱하는 것”이라는 항의 글이 올라왔다.
강 변호사는 4월에야 자녀들과 함께 출연하던 ‘유자식 상팔자’(JTBC)에 이어 이달 초 ‘수요미식회’(tvN)에서 하차했다. 그러다 18일 한 온라인 연예매체가 사진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주고받은 글을 공개하며 논란이 확산되자 ‘강용석의 고소한19’(tvN)도 출연을 중단했다. 반면 ‘썰전’과 TV조선의 ‘강적들’ ‘솔깃한 연예토크 호박씨’ 제작진은 19일까지도 “논의 중”이라며 녹화를 강행했다.
‘틀기만 하면 강용석’이란 말이 나올 만큼 케이블ㆍ종편에서 강 변호사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올해 고정 진행자로 출연한 프로그램만 5개다. 2011년부터 그가 출연한 케이블ㆍ종편 프로그램이 20개를 넘는다. 여성 아나운서 비하 발언에 대해 지난해 8월 법원은 모욕죄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무고죄를 인정해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수년간 진행된 재판과는 무관하게 방송가에서 강 변호사의 주가는 오르기만 했다. ‘시청률 지상주의에 빠진 종편의 무리수’란 비판이 거셌지만 방송사들은 그의 화제성에 주목하며 섭외를 이어갔다. 강 변호사 스스로 2013년 5월 자신의 블로그에 “방송가에는 시청률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말하더군요. 시청률만 잘 나오면 생방송 5분 전에 도착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고. 저 이러다 방송인 되는 거 아닌가요”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정석희 대중문화평론가는 “흥미를 끌고 프로그램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이유로 논란 인사를 기용한다는 것 자체가 방송 윤리에 어긋나는 행위”라며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물불 안 가리는 일부 방송사의 행태는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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